내 인생에서 크리스마스에 출근하는 날이 오다니,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 생각한 2021년 연말이었다. 12월에도 조신하게 직장-집-직장-집을 왕복했건만, 운이 없게도 직장에서 동료들 중 나만 혼자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것. 그래서 PCR검사를 두 번이나 받고 자가격리되어 업무가 왕창 밀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크리스마스 오전에 피아노를 1시간밖에 못치고 본격적으로 매우 따분한 업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시스템만 구축해놓으면 해결될 문제를 수작업으로 하려니 도저히 속도가 나질 않고 대신 짜증이 폭발했다. 뭔가 재밌고 귀여운 걸 꺼내봐야겠어.

마침 새로 주문한 고양이 오케스트라 스티커가 택배상자 그대로 포장되어 있어 잠시 언박싱 타임을 가졌다. 아, 이 귀여운 캐릭터에 마음이 녹는구나. 한 해 동안 열심히 다이어리를 써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J와 L에게 가장 먼저 이 선물을 전달했다. 역시 바쁘고 힘든 크리스마스에 귀여운 아이템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다.
엄마에게는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로 체크 모직코트를 주문해 보내드렸다. 물론, 서울에 가면 나도 입어야 하므로 Smart Closet에서 미리 기존 옷들과 매칭을 시켜본다. 우울할 때는 쇼핑이 특효약이구나.

엄마가 보내준 착장샷
하지만, 코트 쇼핑 정도로는 이 크리스마스의 우울함을 떨쳐낼 수 없다. 좀 더 큰 지름이 필요해. 2022년 엄마와 함께 관람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예매한 후, 가까스로 바닥난 책임감을 끌어모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 며칠만 참고 일하면 곧 빌리를 볼 수 있잖아. 빌리야, 조금만 기다려 줘. 함께 힘내자.
크리스마스의 마무리는 방어회와 화이트 와인이었다. 홀짝홀짝, 캬아~ 먹고 죽자, 인생 별 거 있냐. 넷플릭스 뭐하니, 같이 한 잔 해야지. 어쨌든 지금 돌아보니 나름대로 추억이 되어 있는 2021년 연말이다. 그래도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좀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덧글
2022/01/15 08:58 #
비공개 덧글입니다.
2022/01/15 17:50 #
비공개 답글입니다.--> 첫 문장을 보자마자 안타까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럼요. 크리스마스와 생일에는 출근하는 거 아니죠 ㅠㅠ
그래도 서울에서 휴가를 즐기니 좀 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카 님도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크리스마스, 신정 출근해보았거든요. 밀린 일 처리하러갔더니 유관기관 시스템도 휴일이라고 쉬는 날이라 하지도 못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역시 우울엔 돈쓰기입니다. 1/10이라도 마음이 달래집니다 ㅋㅋㅋㅋㅋ
순수산타 님도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네요.
이번 설날엔 부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을 누리시길 빌어요.
우울에 쇼핑은 단시간이긴 해도 확실히 효과가 좋습니다.
나에게 쓰는 돈에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맙시다 ㅎㅎㅎ
ㅋㅋㅋ...때론 이렇게 마구 퍼붓고 싶은 때가 있죠.
어머님께 멋진 옷 선물하셨네요. 효녀 인증.
방어회, 주깁니다. @..@~
다행히 저도 어제 저녁 모임 때 방어회를 먹어 참을만 합니다.
어쨌든 지나가서 한숨 돌리니 살 것 같아요 ㅎ
효녀… 란 개념은 제게 없고 그냥 기브앤테이크 입니다.
어린 나를 사랑, 존중해준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일이죠.
어쨌든 엄마와 사이가 무척 좋은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ㅎ
다음엔 엄마랑 회를 먹으러 나가야겠어요 ㅎㅎㅎ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새해엔 좀 괜찮아지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좋은 일 많은 새해가 되길~!!
몸상태가 좋아지신다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건강한 2022년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