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년생이 온다 - ![]() 임홍택 지음/웨일북 |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정진하게 된다. p.40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현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1990년대생 동년배들이 살아오면서 어떤 경험을 공유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생존 전략을 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생을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직접 겪은 1970년대생,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를 직접 겪은 세대인 1980년대생과 비교하면 명확해질 수 있다. p.43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반세기 전, 청년이 미래를 선도하는 사회를 전망했다.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하리라는 것이었다. 증거는 당시 미국의 경험이었다. 미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은 세대별로 상이한 적응력을 보였다.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하여 이주해온 기성세대(이주1세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미국에서 성장한 자녀(이주2세대)들은 부모보다 더 빨리 적응했다. 이런 사실에 착안하여 미드는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는 기성세대보다 그로부터 자유로운 청년이 더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따라서 젊은 세대에게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할 때가 올 것이라 전망하였다. 살아본 적 없는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 속의 이주민'인 셈이다. 이제 청년이 스승이 될 수 있다. p.67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이 주는 풍요를 누리고 이후 24시간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앱 네이티브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조용하고 집중적인 기존의 선형적 사고는 구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온라인상으로 제공되는 축약된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필요할 때 바로 찾는 비선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작점을 알렸던 웹 네이티브를 넘어서, 그 정점을 찍고 있는 앱 네이티브 세대로 주도권을 넘기고 있다. 새로운 지적·문화적 역사를 여는 중요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p.89
이모 씨의 말처럼 국내의 조직에서는 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상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아마도 본인의 성공에 도취해서 남의 이야기보다 본인의 이야기가 더 옳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p.118
치열한 입사 경쟁에서 평가를 받기만 했던 구직자들이 면접한 회사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잡플래닛은 2014년 '구직자에게 면접 평가를 좋게 받은 기업 20위'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구직자들은 면접관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기업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면접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점수로 매긴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갑과 을이 바뀌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회사의 면접 내용들이 솔직하게 공개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p.119~120
기존에는 많은 면접관들이 면접 후에 결과를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거나, 만약 이를 올린다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협박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앱 세대로 넘어오면서 면접 평가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고, 회사의 엄포도 소용이 없게 되었다. 이제 기업이 할 일은 새로운 변화에 맞춰 솔직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면접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것뿐이다. p.120
90년대생들은 IMF 직격탄을 맞은 70년대생들과, 상시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가져왔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쑥대밭이 되었던 80년대생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왔다. 안정된 생활은 특정 세대의 기호가 아닌 모든 사람이 원하는 삶이다. 하지만 정작 90년대생들은 안정적인 삶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원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을 원하는 것은 단지 철밥통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즉 법정 근로시간에 따라 일하고 쉴 때는 쉬는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경 당시 민주당의 손학규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정책 슬로건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얼핏 당연하게 보이는 이 슬로건은 정신없고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p.157
조직학의 대가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꼭 필요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안을 검토하는 하급자는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거듭하며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필요 이상의 복잡한 결재 단계에서 시간을 끌기도 한다. 이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급자도 마찬가지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 보고서의 사소한 오류나 정보 부족을 탓하며 재작업을 지시해 시간을 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격언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의사결정은 없다'라는 격언을 압도하는 것이다. p.176
현재 기업들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 개인적 분위기를 간직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창조성과 효율성을 잘 종합해야 하고, 번영을 이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중대한 도전 앞에서 많은 젊은 세대가 유튜버와 같은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현상은 하나의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운영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뒤 90년대생 직장인들이 주로 검토하고 있는 활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p.202
회사에서의 참여는 90년대생들에게 성장이나 성취만큼이나 중요하다. 참여는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다. p.214
90년대생들은 묵묵히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을 따르거나, 기약 없이 그들의 방식을 배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불확실성만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의 많은 조직들은 소위 '농업적 근면성'만을 강조하고, 단순 버티기를 거부하는 사원들을 '열정 없는 패배자'로 낙인찍고 혀를 차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p.219
'너희는 참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응을 도와주는 것이 90년대생들이 맞이하는 조직의 새로운 리더십이 될 것이다. p.219
직장에 오락시설이 설치되었다고 해서 그 회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업무 몰입이나 흥미 증진에 있어서 제도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90년대생들에게 '일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성장을 할 수 없다면 지금의 일은 의미가 없고 죽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금의 이 업무가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면 일은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 p.225
그들은 앞의 어떤 세대보다도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보상의 개념이 단순한 연봉 액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법정 휴가 사용과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및 근무 유연성 등 비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을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p.227
유튜브의 급격한 성장의 이유로는 능동적으로 본인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성장, 세대별 놀이터 등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그러나 실제 90년대생들은 네이버캐스트와 같은 타 동영상 서비스에 비해서 짧은 광고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답한다. 네이버TV나 카카오TV 동영상의 경우 통상 15초의 의무 시청 광고로 건너뛰기가 불가능한 것에 반해, 유튜브 광고는 6초 이하의 짧은 광고 혹은 5초 후에 건너뛰기가 가능한 광고를 게재한다. p.292~293
이렇게 국내 1위의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지만 스타벅스의 광고를 본 사람은 없다.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을 제품 광고와 프로모션에 쓴다. 지금까지 마케팅의 목표인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거나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늘리는 데애 실제로 광고와 프로모션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90년대생 소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차단하기 바쁘다. 어쩌다 노출된 광고 또한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p.302
미국의 유명 식품회사 프리토레이의 마케팅 부사장이자 브랜드 책임자였던 루디 윌슨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많은 시간을 투자해 X-Box 콘솔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는 "다들 10대 시절을 보냈으니 본인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10대와 당신의 10대는 많이 다릅니다. 물론 조사 자료는 많지만 진짜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면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해요"라고 말했다. p.323
최근 내가 출근하는 직장의 대표가 바뀌었는데, 그의 취임식 날 부대표가 관례적으로 주차장에서 명당 주차장소를 맡아놓았고, 내 책상 옆 동료가 그 자리에 주차하려다 부대표의 제지를 받았다. 결국 다른 곳에 차를 대고 출근한 동료는 내 옆자리에 앉아서도 분이 안 풀렸는지 주차장소를 맡아놓은 부대표와 다른 임원들에게 [ㅈㄴ 재수없어]라는 발언을 했다. 물론 내게만 들리도록. 이 동료는 90년대생이다.
[90년생이 온다]는 이러한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언급한 90년대생의 특징이 80년대생인 나의 성격과도 많이 닮아있어 묘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역시, 나는 철들려면 멀었군. 지난 금요일에는 늦잠을 자서 아침을 굶고 정시에 겨우 출근했는데, 옆 동료가 나를 다른 사무실로 불러 우유에 그래놀라를 타주기도 했다. 동료의 쇼핑 얘기를 들으며 "또 돈지랄 했어?"라고 대꾸하면 동료는 꺄르르 웃으면서 자기가 한 다른 돈지랄에 대해 신나게 얘기한다. 그래그래, 그런 게 힐링이지, 인생 별거 있나.
무엇보다 이 책에 수록된 [직장인 꼰대 체크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꼰대지수를 알아볼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 나 꼰대 맞구나





덧글
가능한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은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90년대 생, 참 여러모로 힘든 세대죠.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그 연배에서 보기 힘든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계시네요.
저랑 놀아주는 90년대생 동료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ㅎ
나이로는 옛날 사람이지만 그 옛스러움이 전부터 싫었던 1인으로서~
마음에 드셨다니 반갑습니다 ㅎ
변하는 미래에 우리가 잘 적응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