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가는 길 by 명품추리닝

한글날 출근하지 않을 자유를 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며 휴일 아침 늦잠을 잔 후 피아노 연습을 위해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근처에는 맛있는 해장국 전문점이 있어서, 나는 늘 연습 전에 뼈해장국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곤 한다. 

푸짐한 등뼈가 들어간 뼈해장국과 함께 든든한 돌솥밥이 나오는데, 이 모든 메뉴의 가격은 반가운 8,000원. 이맛에 휴일에도 피아노 연습하러 나온다. 하지만 이게 웬걸, 한글날은 학원도 쉬는 날이었던 것이다. 개천절에는 열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미 맛있는 점심으로 배를 채운 덕분에 헛걸음을 했다는 허무함도 느끼지 못한 채,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룰루랄라 버스를 타고 귀가, 뮤지컬 <드라큘라> 독일버전을 감상하며 6,000원짜리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Thomas Borchert의 <Fresh Blood>를 들으며, 역시 전동석이 훨씬 잘 부르는군, 하고 지난 콘서트를 흐뭇하게 회상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음악이 있으면 인간의 행복지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빈둥거린 휴일을 만회하기 위해 다음 날 퇴근 후에는 좀 더 성실하게 연습하고 재즈곡을 카피했다. 그러던 중 Renee Rosnes의 <Recorda Me>를 4 코러스까지 카피하다가 노트에 자꾸 오렌지색 가루가 떨어지는 걸 발견했다. 알고보니 몇달 전 기념품으로 받은 연필에서 떨어져나온 것. 나는 무의식중에 연필을 너무 세게 잡는 습관이 있는데 잘 안 고쳐진다. 왼손잡이라 더 그럴지도.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5 코러스까지 카피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연습실을 나왔다.  

음악노트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인덱스가 있는데, 한 번도 활용하지 않다가 이번에 새 노트를 쓰며 함께 기록해보았다. 연습 진도와 레퍼토리를 체크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포스트잇 플래그도 미리 준비해두면 중요한 페이지를 표시할 때 유용하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습관을 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깨닫고 활용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내일은 남은 피아노 솔로 4 코러스를 카피하면 되겠다. 벌써 금요일, 일주일이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