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저씨들과의 다툼 by 명품추리닝

올해 처음으로 합창 연수를 들으며 능력있지만 고집 센 지휘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지휘자 아저씨와 좀 다툼이 생겼다. 합창곡 중간에 $$$$이라는 원곡의 가사를 #######이라는 우리 단체의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의견 차이가 심했던 탓이다. 지휘자 님은 |♪♪♪♪(4분쉼표)♪♪| ♩라는 리듬을 주장하셨는데, 이 리듬은 4분음표가 많은 곡에서 해당 마디만 분박이 잦아져 음악적으로 어색하게 들렸다. 반면, 나와 부지휘자 님은 ♪♪| ♩ ♩ (4분쉼표)♪♪| ♩가 더 음악적이면서 가사를 잘 살리는 리듬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이 고집 센 지휘자 아저씨가 우리의 의견을 무시하고 끝까지 자신이 주장한 리듬으로 노래하길 강요한 것. 음악이론적으로도 나와 부지휘자의 리듬이 더 적절하다고 설명할 수 있었지만, 수십 명의 단원들 앞에서 환갑의 지휘자 님을 욕보일 순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제 그 부자연스러운 리듬으로 해당 가사를 부를 때마다 나 혼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두 번째로 다툼이 있었던 이는 현재 월세를 살고 있는 윗집의 임대인 아저씨인데, 은행에서 정년퇴직을 했단다. 그런데, 매월 700만원 이상의 월세수입을 얻는 사람치고는 첫인상이 너무 신경질적이고 여유가 없어보여서 놀랐다. 내가 온수가 제대로 안 나오는 보일러 수리를 요구할 때부터 화가 난 듯 목청을 높이며 [이렇게 까다로운 세입자는 처음 본다]며 최악의 상황에서야 기술자를 불러주었는데, 이 패턴은 곰팡이로 가득찬 에어컨 청소를 요구할 때도 똑같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수리비를 부담하는 대신 방을 일찍 빼서 나가겠습니다]라는 대답에 순순히 내 요구가 관철되는 것을 보니, 내가 그의 표현처럼 까다로운 세입자는 아닌 듯했다. 어쨌든 이 임대인의 성난 표정과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분명 세입자들의 정당한 수리 요구를 거절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쓰일 터였다. 그러니 1년을 어서 채우고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일반적으로 다툼이 생기면 그 상대에 대한 호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자의 지휘자 아저씨에게는 여전히 호감이 간다. 나중에 합창 발표회가 끝나면, 함께 술을 마시며 그 리듬에 대해 2차로 다퉈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 스타일이 서로 다를 뿐,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고집은 비슷하기 때문일게다. 그렇지만 후자의 아저씨와는 어떤 상황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다. 단순히 생활고에 찌들어서 어두워진 표정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두워진 표정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이 임대인을 통해 실감했다. 잘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요즘이다.    

덧글

  • 백산 2019/05/31 21:43 #

    세입자의 정당한 요구를 웃으면서, 진정성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임대인의 태도에 덩달아 분노가 치미네요.
    잘못되고 부당한 건 바로 잡아야죠.

    당당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명품추리링님의 태도가 옳습니다.
    홧~팅!
  • 명품추리닝 2019/05/31 23:27 #

    지금 사는 곳이 대학가 주변이라 대부분의 세입자인 순진한 대학생들은 여태 자기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요구가 임대인에게 더 고깝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저도 빨리 나가고 싶은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안 내주네요. ㅎㅎㅎ 임대인이 빨리 내보내고픈 진상 세입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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