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 강형욱 by 명품추리닝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강형욱이 하차할 무렵에서야 나는 이 위대한 인물을 알게 되었다. [세나개]에서 강형욱과 다양한 견종들의 교감을 보면 왜 그가 '개통령'이란 칭호를 얻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 있다. 그의 '강아지 훈련하는 척하며 사람을 훈련시킨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특히, [내가 만약 보더콜리를 키운다면]이라는 강의를 들으면 이것이 반려견 훈육 강의인지 인문학 강의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견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요약하자면 개는 인간의 호흡과 태도를 닮는다는 것이다. 보호자가 침착하면 개도 침착하고, 보호자가 긴장하면 개도 긴장한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차분하고 영리한 반려견을 기르게 된다는 것. 그런데 이건 보편적인 자녀 교육과도 너무 닮아 있지 않은가. 보듬컴퍼니의 오프라인 클래스를 들으면 개가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서 나간다는데, 그 후기를 읽으면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생각해보면 초롬이도 예민한 요크셔테리어 견종 치고는 꽤나 침착한 강아지였다. 녀석은 택배 아저씨든 치킨 아저씨든 누가 방문해도 짖지 않고 현관에서 얌전히 손님을 맞이하였으며, 목줄이 없이도 (발정기를 제외하면) 주인과 떨어지는 일 없이 매일 함께 자유롭게 산책하고 귀가하였다. 초롬이는 울엄마의 의연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호흡과 태도를 확립한 것 같았다. 다만, 초롬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으므로 녀석은 나를 형제 내지는 꼬붕으로 생각하고 평생을 살았는데, 뭐 어떤가, 나를 무시하는 재미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다 간 거니까.

당분간 반려견을 기를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만나서 반가웠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내 미래의 반려견도 초롬이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