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재즈피아노 선생님을 만나다 by 명품추리닝

몇 주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멀지 않은 지역에서 레슨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동영상을 발견했는데, 그는 내가 부러워하는 터치와 리하모니제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간 본능이 '이 사람에게 레슨을 받아야 해'라고 외쳤다. 그러나 밥벌이로 바쁜 시기에는 쉽게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9월말, 드디어 직장에서 부담스러웠던 업무가 끝나고 그이가 레슨을 하는 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다. 주말 레슨 때마다 왕복 2시간을 소비해야 하지만, 재즈 불모지나 다름 없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난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등록한 학원은 성인전문 음악학원이라 분위기가 좀 더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넓은 로비는 마치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아늑하게 배열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분기마다 원생들이 음악 발표회를 한단다. 첫 레슨을 받기도 전에 설레며 무대에 오를 생각부터 하는 건 내가 김칫국을 잘 마시는 성격이기 때문이겠지. 로비에서 마주치는 원생들 역시 조용하고 섬세한, 그러면서도 예술적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 어쩌면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조심스레 품어보았다. 

새로운 재즈피아노 선생님은 연주자로서도 강사로서도 많이 바쁜 사람이었지만, 여유롭고 차분한 태도로 내게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전수해주셨다. 여태까지 3번의 레슨 밖에 받지 않았음에도 기량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3번째 레슨이 있던 날, 일찌감치 다음 달 회비를 결제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레슨 스케줄을 선점했다. 레슨이 끝나자마자 배운 내용을 복기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레슨 후에도 1~2시간은 꼭 연습실에 있다가 귀가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내 엉성한 인생에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간단한 명제를 악기 연주처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인간관계에서는 불가능한 그것이 피아노에서는 가능하다. 정직한 노력이 통하는 일이라니, 21세기에 이 얼마나 감동적인 현상인가. 연습실을 나오니 하늘이 파랗다. 재즈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가 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