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엄마와 한남동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외식을 했다. 오빠와 새언니는 이미 일본으로 휴가를 떠난 후였다. 이렇게 해서 울엄마는 3년째 명절에 아들 내외와 안 만나고 각자 연휴 재밌게 보내기를 실행하였다. 명절 아니라도 자주 찾아와 효도하는 아들을 두었기에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효도는 셀프,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어릴 때는 엄마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만두, 닭볶음탕, 미역국, 호박죽, 추어탕, 짜장면, 칼국수 같은 옛날 음식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경제력을 갖추고 엄마와의 외식비를 계산하면서부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훨씬 많고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한식 뿐만 아니라 스테이크와 리조또에 곁들이는 상그리아도 좋아한다. 버터가 가득 들어간 몽블랑 빵과 카페라떼, 아웃백의 양송이 스프와 김치그릴러, 정돈의 등심 돈가스와 새우튀김, 이탈리아식 피자와 맥주 한 잔, 오븐에 구운 치킨과 맥주 한 잔, 달콤한 과일주와 큐브치즈, 해물빈대떡과 막걸리... 엄마와 이러한 것들을 즐기면서 나는 엄마의 음식 취향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옛날의 엄마는 집안의 경제사정에 맞춰 제한된 먹거리만을 접한 것뿐이었다.
연휴의 마지막 외식은 매콤한 양념이 뿌려진 누룽지 치즈 콘닭이었다. 엄마의 치즈 사랑도 이 메뉴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다. 닭고기는 남아도 치즈는 남지 않았으니까. 올겨울에 엄마와 다시 이 메뉴를 먹을 땐 치즈 추가를 요청해봐야겠다.



덧글
"나는 아까 묵었다. 니나 마이 묵거라."
"난 이거 안좋아한다. 니 무라."
자식들 하나라도 더 먹이게 위해 그리 말씀 하셨죠.
그리고는 누룽지나 자식들이 남긴 밥 물 말아 먹으셔죠.
혼자 먹을 때는 상차림도 없이 부뚜막에서 찬밥 한 덩이에 김치 쪼가리로 끼니 떼우셨죠.ㅠㅠㅠ
"홍씨가 열리면 울옴마가 생각이 난다"
맛있는 음식 대접하고 싶어도 안계시니 눈물이 납니다.ㅠㅠ
어머님 살갑게 챙기시는 명품추리링님 보니 멋지고, 한편 부럽습니다.
<철학자와 늑대>에서 마크 롤랜즈가 언급했지요.
-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백산 님도 어머니를 이런 식으로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엄마 건강하실 때 함께 많이 돌아다니려고 해요.
올겨울 한파가 많이 심하지 않아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