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밝은 길이 by 명품추리닝

외할머니의 부고는 다이어리 꾸미기반 종강파티 중에 들려왔다. 엄마가 외할머니 댁으로 간병을 나가신 지 3개월이 된 때였다. 초코빙수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다꾸반 우수회원들을 뒤로하고 급히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엄마의 얼굴이 조금 야위어 있었다. 당신이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셨노라고. 토요일이 발인이라고 했다.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뵈었던 것이 6월 초였다. 몸무게가 25kg나 되실까.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할머니는 처음으로 내가 드린 용돈을 [더 이상 쓸 데가 없다]며 거절하려 하셨다. 억지로 할머니 손에 봉투를 쥐어드리고 엄마가 할머니 기저귀 가는 것을 도왔다. 허리를 잡아올릴 때마다 할머니의 작은 비명이 터져서 엄마가 힘들어했다. 차라리 남의 기저귀를 갈았으면 엄마가 덜 힘들었을텐데.

사람의 생명이 다할 때는 손발부터 차가워지다가 마지막에 심장이 식는 것이라 했다. 그 과정을 인생에서 몇 번이나 지켜본 엄마는 그래서 할머니의 마지막을 잘 알아차리셨다. 엄마, 얼마 안 남았다고, 이제 안 아플 거라고, 하나님 나라로 가는 거라고. 엄마는 할머니가 평소 즐겨들으시던 찬송가도 틀어놓고, 삼촌에게도 할머니의 고비를 알리셨단다. 덕분에 할머니는 자식들의 얼굴을 보고 하나님 나라로 가셨다. 

그렇게 할머니의 심장이 멈춘 후에야 엄마는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릴 수 있었다. 할머니 몸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닦아도 비명이 안 나와서 편하다면서.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만 봐도 잔인하다며 고개를 돌리는 울엄마였는데. 사후세계가 있다면 할머니는 말끔한 모습으로 입성하셨을 게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찬송가를 들으며.

  


덧글

  • trammondog 2018/07/28 05:40 #

    외할머님께서 이제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그리고 명품추리닝님과 어머님을 비롯한 가족분들의 마음에도 평온함이 깃드시길 기원할게요..
  • 명품추리닝 2018/07/28 22:11 #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편히 가신 것 같아서 지금은 가족 모두 평안해요. 더위가 힘들 뿐이죠...;;
  • 2018/07/28 08: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28 22: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vindetable 2018/07/28 17:05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명품추리닝 2018/07/28 22:13 #

    감사합니다, 정말.
  • 하늘라인 2018/07/29 00:32 #

    어머님도 명품추리닝님도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장례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나마 인사 드립니다.
  • 명품추리닝 2018/07/30 08:36 #

    감사합니다. 장례 잘 치루고 오랜만에 친척들도 많이 만났어요. 하늘라인 님도 건강 유의하세요.
  • Po 2018/07/30 22:20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 명품추리닝 2018/08/01 09:14 #

    감사합니다, 밝은 곳에 가셨겠죠.
  • Boris 2018/07/31 07:42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시면서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 명품추리닝 2018/08/01 09:14 #

    감사합니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 bejond 2018/07/31 22:02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분들도 마음 잘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 명품추리닝 2018/08/01 09:16 #

    오랜만이에요. 감사합니다, 고생은 엄마와 이모가 하셨어요;;
  • pimms 2018/08/01 01:02 #

    주절주절 쓰다가 지웁니다...
    충분히 사랑하면 후회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머니 모습에서, 추리닝 님 글에서, 사랑이 느껴져요.
    좋은 곳에 가셨을 거예요.
  • 명품추리닝 2018/08/01 09:18 #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엄마는 후회없이 담담한 상태예요. 장례식장에선 보통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이 울더군요. 그러니 저도 엄마에게 후회없이 잘해야 하겠어요.
  • 백산 2018/08/02 16:26 #

    명품추리링님 외할머님의 부음을 늦게 봅니다.
    삼가 외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명품추리링님과 어머님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 전합니다.
    어머님 많이 위로해 드리세요.
  • 명품추리닝 2018/08/03 23:27 #

    감사합니다. 백산 님도 더위 잘 견디고 계시지요?
    안 그래도 엄마와 이모 모시고 호텔 바캉스 와있어요.
    두 분이 외할머니 간병하시느라 그동안 고생하셨거든요.
    맛난 것 사드리고 뮤지컬 보여드리니 좋아하시네요.
  • 2018/08/02 22: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8/03 23: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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