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녹턴(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by 명품추리닝

녹턴 - 10점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민음사

"그렇다면 정말 유감입니다, 가드너 씨. 많은 결혼들이 결별로 끝나지요. 27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고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두 분은 이렇게 헤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베네치아에서 휴가를, 곤돌라에서 노래를, 이렇게 고상하게 헤어질 수 있는 커플도 많지 않죠." p.41 <크루너>

"젊은 시절에는 눈앞에 끝없는 가능성이 펼쳐져 있지. 하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어떤...... 전망이 있어야 해." p.61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이것 봐, 찰리. 자네는 그 여자와 데이트도 하지 않았고, 섹스도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뭐가 문제야?"
"문제는 내가 그렇게도 누군가를 원했다는 거야. 이 다른 나를, 내 안에 갇혀 있는 그 사람을 끌어내 줄 누군가를 말이야......" p.87 <비가 오나 해가 뜨나>

"하지만 우리가 음악을 연주하는 건 다른 무엇보다도 음악을 믿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어요." p.125 <말번힐스>

하지만 이제 나는 가장 깊숙한 내 꿈속에서만 재즈 연주자이다. p.145 <녹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린디 말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말처럼 내게는 어떤 전망이 필요하고, 삶은 한 사람만 사랑하기에는 너무 큰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일은 내게 정말로 중요한 전기가 되고 성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린디의 말이 옳을 것이다. p.212 <녹턴>

"그래요. 난 당신에게 내가 거장이라고 했어요. 음,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할게요. 그건 내가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는 뜻이에요. 바로 당신처럼요. 당신과 나, 우리는 대부분의 첼리스트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을 이미 갖고 있어요." p.238~239 <첼리스트>

내가 아는 것은 그저 그가 그날 오후 양복 차림, 고급 양복이 아닌 그저 평범한 양복 차림으로 이곳에 왔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티보르는 지금 어딘가에서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처에 볼일을 보러 왔다가 지난날을 추억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다. p.250 <첼리스트>
반짝이는 재능을 오래도록 갈고닦은 연주자들이 시간이 지나 결국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는 어딘지 쓸쓸하면서도 묘한 위로로 다가온다. 빛나든 그 빛이 바래든 삶은 계속되기에. 그 이후에도 작은 행복과 기쁨은 계속 찾아오기에.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소설을 쓰면서 뮤지션에 대한 미련을 많이 내려놓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