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셀프 선물 YAMAHA PIANO by 명품추리닝

1월에 계약한 중고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는 4월까지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골동품 영창피아노와 1~2월을 보내게 되었다. 마치 이별여행이라도 하듯, 재즈피아노 레슨을 받고 돌아온 나는 겨울 내내 이 영창피아노와 함께 저 먼 나라들의 음악을 찾아 떠나곤 했다. 그리고 4월말이 되어서야 일본에서 정말 괜찮은 제품을 발견했다는 사장님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당일 저녁 잔금을 입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5월 연휴를 기다렸다. 

5월 5일, 본가에 새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오기 전, 헌 피아노를 수거해갈 조율사님이 먼저 도착하여 내 영창피아노 상태 점검에 들어갔다. 

- 이야, 정말 오래됐네요. 이쪽은 향판이 갈라졌죠? 무엇보다... 피아노를 굉장히 많이 치셨네요.

그랬다. 그동안 열심히 쳤던 영창피아노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한 모양이었다. 내부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해머는 타현 부분만 깊이 패여있었다. 조율사는 '혹시 친척이나 친구 중 피아노가 필요한 분이 있으면 넘겨주세요, 이 피아노는 10만원에 가져갑니다'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커다란 피아노가 10만원밖에 안 된다니. 터무니없이 인색한 가격에 실랑이를 하려는데...

- 10만원이 어디예요. 피아노 기부도 할 수 있는데요, 뭐.

옆에 있던 울엄마가 해맑게 웃으며 단번에 조율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날까지 내 앞에서 재산세와 임플란트 비용을 걱정하던 엄마는 대체 어디로 가셨을까. 

- 우리 딸이 이 피아노로 음대도 가고, 취업도 잘 해서, 이제 새 피아노도 샀어요. 

지금 이 순간이 모두 감사하게 느껴진다는 목소리였다. 엄마에게 내 야마하 피아노는 고진감래의 상징 같은 건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 나도 순순히 계약조건에 응하고 새 피아노를 맞이했다. 야마하 업라이트, made in japan, 일본 내수용 최신모델... 드디어 이 빛나는 검정색 피아노가 웅장한 모습으로 거실에 놓였다. 시연을 해보니 과연 명불허전. 맑고 깨끗한 고음부와 풍성한 울림의 저음부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여기에 타건감도 나무랄데 없어서 나는 한참동안 홀린듯 새 피아노를 연주했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은 것처럼 자꾸 활기찬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이 피아노와 많은 날을 함께하게 될 게다. 
  

덧글

  • trammondog 2018/05/08 05:47 #

    와, 드디어 도착했군요. 축하드려요!!
    사연을 읽고 사진을 보는 저도 행복함이 막 샘솟는 느낌입니다.
    새 피아노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멋진 순간 많이 만드시길 바래요 :)
  • 명품추리닝 2018/05/08 21:43 #

    네, 셀프 어린이날 선물이 되었어요 ㅎㅎㅎ
    엄마가 저 없을 땐 커버로 고이 덮어놓을 거라고 하셔서 13만원짜리 커버도 질렀어요.
    아... 이 피아노에 들인 580만원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연습해야죠 :)
  • fendee 2018/05/08 13:09 #

    피아노 계약을 하고 받기까지 석달이 넘게 걸렸네요. 기다리기 힘드셨겠어요.
    새 피아노로 좋은 연주 많이 듣게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명품추리닝 2018/05/08 21:46 #

    어차피 3, 4월에는 제가 본가에 없었으니 이왕 늦은 거 여유롭게 기다렸어요.
    지금 연습은 독일 자일러로, 본가에선 야마하로 하고 있어요.
    두 피아노 터치와 소리가 많이 달라서 다양하게 연습하기 좋아요. ㅎㅎㅎ
  • Boris 2018/05/09 08:08 #

    축하드립니다. 제 20년 된 영창이도 슬슬 보낼 때가 됐다 생각했는데 조율사분께서 오시더니 아직 멀쩡하다 하시더군요ㅋ

    새 피아노와 좋은 추억 만들어 가시기를~
  • 명품추리닝 2018/05/09 23:05 #

    피아노는 새것이 좋아요. 보리스 님도 신혼집으로 야마하 하나 들여놓으세요. ㅎ
    아, 지금은 밥벌이하러 지방에 와있어요.
    제 본가 피아노랑 원거리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ㅎㅎㅎ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18/05/12 10:37 #

    영창을 보낼 때 애틋한 마음이 드셨겠어요. 전 너무 마음이 아플 듯. 하지만 충분히 활용해주었으니 있던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새 피아노맞이!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비용투자를 ㅋㅋㅋ 축하드려요 ^^*
  • 명품추리닝 2018/05/12 19:31 #

    사실, 영창은 별로 애틋한 생각이 안 들었어요.
    야마하 시연 후에는 더더욱 미련이 사라져서...;;
    초롬이와 이별할 때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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