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by 명품추리닝

뮤지컬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한 뮤지컬 <캬바레>의 감정선은 당시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하고 어두웠으나, 그래도 그 강렬한 음악과 퍼포먼스의 여운은 꽤 길게 이어졌다. 나는 <캬바레>의 주제선율 몇 개를 기억했다가 집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며 엄마에게 음악 퀴즈를 내기도 했다. 최정원이 맡은 주인공 '샐리'가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부르는 Cabaret의 관능미가 피아노 선율에서도 드러나기를 바라면서. 

공교롭게도 올해 엄마와 관람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최정원을 만날 수 있었다. 무용강사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은 최정원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그녀는 원숙미 넘치는 40대의 무용강사가 되어 어린 빌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었다. 옛날 40대였던 엄마가 당시 나에게 했던 것처럼. 

2년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완성된 빌리의 노래와 몸짓은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탄광촌의 어두운 배경에서 꽃핀 빌리의 재능이 뮤지컬에서 더 아름답게 빛났다. 커튼콜에서 한참 박수를 치고 귀가해서도 관련 영상을 유투브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총 다섯 명의 빌리를 모두 보기 위해 회전문 관객이 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빌리 엘리어트>라는 명작을 뮤지컬에서 걸작으로 끌어올렸다. 



덧) 작년 겨울 영화로 재개봉된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한 엄마가 '너무 감동적이다'며 좋아하시길래, 이 뮤지컬이 당첨되면 꼭 엄마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당첨 문자가 온 날 엄마에게 말했다. 

- 엄마, 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당첨됐어. 다음 주에 보러 가자!
- 빌리 엘리어트? 그래, 보러 가자. 근데 그게 뭐야?

1년만에 감동적인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까맣게 잊은 울엄마. 내용을 이야기하니 곧 기억하셨지만. 내년에 또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빌리 엘리어트 기억하시냐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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