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피아노를 계약하다 by 명품추리닝

- 여기까지 걸어 올라오셨어요? 엄청 추우셨을 텐데.

피아노 매장의 매니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파주의보가 있던 날이었다. 콘서트를 관람한 예술의 전당에서 강남역의 피아노 매장까지 택시를 탈까도 생각했으나,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역에서부터 10여분을 걸었다. 내복에 핫팩, 모자, 목도리, 마스크까지 온몸에 중무장을 했으니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언덕길이 가파르고 멀었다. 그래도 택시비로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매장에 들어서자 가와이 크리스탈 그랜드 피아노가 입구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드라마 주인공이 연주하여 더 유명해진 모델이란다. 그랜드는 업라이트에 비해 건반의 탄력이 좋고 섬세한 다이나믹 표현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야마하나 스타인웨이 그랜드는 아무리 중고 모델이라도 그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그랜드 피아노가 그 압도적인 외관을 뽐내고 있었다. 내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그랜드를 뒤로하고 본가에 둘 적당히 합리적인 업라이트 중고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2010년 이후의 야마하 yu11는 580만원, 웬만한 그랜드 피아노 중고가격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현금 할인도 없고, 오히려 카드결제시 10%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단다. (물론 더 저렴한 모델도 있었지만, 이미 야마하 그랜드로 한껏 높아진 눈은 쉽게 낮춰지지 않았다.) 결국 계약금 50만원을 걸고 2주 후에 해당 모델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영창 업라이트의 가격을 잘 쳐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우아한 모습으로 쇼핑하고 싶었는데.

저녁에 본가로 돌아오니 엄마가 5,500원에 좋은 바지를 구입했다며 자랑을 하셨다. 엄마가 매주 봉사를 나가는 [아름다운 가게]에 종종 기업들의 재고상품이 기부되는데, 거기서 괜찮은 상품을 발견하셨다는 것. "엄마, 나도 괜찮은 580만원짜리 피아노를 샀어."라는 보고에도 활짝 웃는 엄마다. 역시 눈을 낮추지 않기를 잘 했어. 이제 내 인생 최대의 쇼핑이 후회되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한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을 살아야겠다. 

덧글

  • 꿈이길 2018/01/14 02:23 #

    와 축하드려요! 저도 언젠가는 새 야마하 피아노 사고 싶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60살도 넘은 야마하 중고 피아노도 나쁘진 않지만요 ^^
  • 명품추리닝 2018/01/14 02:27 #

    감사합니다, 아직 수입도 안 됐는데 설레고 있어요. 제가 구입한 모델의 출고가는 1000만원이 훌쩍 넘어서 저도 중고로 샀어요. 우리 함께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로 늙어가요~^^
  • 꿈이길 2018/01/14 08:36 #

    아 중고가가 그렇게 높군요. 제 꿈이 풍성한 은발의 할머니가 되어 모차르트를 잘 치는 건데 어떻게 아셨어요 ㅎㅎ 함께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로 늙어갑시다
  • 명품추리닝 2018/01/15 20:05 #

    저는 은발을 휘날리며 스탠다드 재즈 즉흥연주를 멋지게 하는 할머니가 꿈인데... 모차르트도 현대에 태어났다면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걸요~^^
  • dennis 2018/01/14 08:07 #

    아이들 이랑 마눌님 입김에 베이비 그랜드 사이즈로 카와이 피아노 구매했는데 전시회에서 할인가격으로 대략 A$3800 준 기억이 나네요 ^ ^; 유지비용은 18개월에 한번씩 튜닝비용 A$340 빼곤 높이 조절 의자 그리고 사이즈 맞춰 주문 제작한 커버 정도요? 헌데 한국은 국내서 피아노 만드는 회사들이 있을텐데 가격이 상당 하군요
  • 명품추리닝 2018/01/14 09:12 #

    아아... 저에게도 dennis님 같은 아버지 혹은 배우자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가와이 전시품을 그 가격에 사셨다면 정말 저렴하네요. 무엇보다 그랜드를 집에 놓을 수 있는 환경이 부럽습니다. 야마하 업라이트의 경우 일본 내수용 made in japan과 수출용 made in indonesia가 많이 달라요. 전자가 좋고 그만큼 비싸지요. 아무리 위안부 문제로 반일감정이 일어도 피아노는 야마하랍니다;;
  • dennis 2018/01/15 07:43 #

    그랜드 피아노라면 더 좋겠지만 집에 임씨는 뮤직룸에 들어가야 해서 길이가 그랜드의 반쯤 되는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 베이비 그랜드로 결정했죠. 물론 전시장 할인가라는 무시못할 유혹도... ㅠ ㅠ
  • 명품추리닝 2018/01/15 20:02 #

    뮤직룸이라니... 더 부럽잖아요. ㅠㅜ
    저는 나중에 본가가 고층아파트로 이사갈 때 방음카펫과 피아노 뒷면 계란판 시공만 생각중이에요. 사일런트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 fendee 2018/01/14 12:38 #

    피아노를 새로 구입하셨군요.
    웹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영창이나 삼익 그랜드 피아노는 저렴한 편인데 소리가 좋지 않은가 보네요.
    야마하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A1은 중고가도 천만 원 정도는 하네요.
    아무튼 새로운 악기로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명품추리닝 2018/01/15 19:58 #

    야마하 그랜드... 면 더 좋았겠지만 업라이트로 샀어요.
    지금 쓰는 영창도 소리는 나쁘지 않지만 뭔가 터치의 탄력이 떨어진 느낌이에요.
    야마하 그랜드는 외관이나 소리 모두 아름답죠. 가격만 아름답지 않아요.ㅠㅜ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습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김악당 2018/01/14 13:53 #

    축하드려요
    마음에 드는 악기와 할께 할 수 있다는건 큰 기쁨이죠. 피아노와 더욱 좋은 친구가 되시길 !!
  • 명품추리닝 2018/01/15 20:03 #

    감사합니다.
    현실에서는 그리 친구가 많지 않으니 피아노와는 자연스럽게 최고의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올해는 더 가깝게 지내야겠어요.
  • Shishioh 2018/01/14 16:05 #

    +_+엄지척하고 갑니다
  • 명품추리닝 2018/01/15 20:05 #

    감사합니다, 근데 검둥이는 요새 뭐해요?
  • Shishioh 2018/01/15 20:37 #

    게으른 주인 덕에 마당에서만 뛰놀고 있습니다.. ㅜ_-)

    최근 눈이 많이 와서 신났어요 ㅋ
  • 명품추리닝 2018/01/15 20:51 #

    검둥이를 위해서라도 Shishioh님이 부지런해지셔야 하겠어요. 근데 추위도 안 타나봐요, 이 날씨에 신난다니.
  • 몽고메리 2018/01/15 03:41 #

    으... 피아노는 역시 가격이 높군요. 저도 얼마전 200만원이 넘는 기타를 구입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ㅠㅠ

    하지만 기분 좋으시겠어요 ㅎㅎ 드디어 자기가 고르고 고른 악기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ㅎㅎㅎ
  • 명품추리닝 2018/01/15 20:09 #

    오오... 기타도 비싼 거 사셨네요. 본전 뽑는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연습하셔야겠어요.

    기분 좋아요. 정든 영창피아노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은 개뿔, 빨리 야마하 왔음 좋겠어요~><
  • hammondog 2018/01/15 12:45 #

    축하드려요! 정말 뿌듯하시겠습니다. 원하는 피아노 장만하셨으니 오랫동안 함께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b
  • 명품추리닝 2018/01/15 20:14 #

    넹, 피아노만 생각하면 막 헤실헤실 웃음이 나와요. ㅎㅎㅎ 좋아진 피아노만큼 실력도 늘었으면 좋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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