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by 명품추리닝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 8점
공지영 지음/해냄

잘못된 곳으로 도망치기에는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곳은 살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살자리인 줄 알고 도망친 곳이 죽을 자리였고, 죽겠다고 도망친 곳이 때로는 살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오직 그 사실을 알 뿐, 그것의 법칙은 알지 못했다. p.11

나는 에픽테토스의 책을 꺼내 들었다. 밑줄이 여러 개 그어져 있다. (...) 그것들은 종이 위에 상흔으로 남아 있었다. 덕택에 종이는 그 본질의 평평함을 잃고 쭈그러져 있었다. 화상의 흔적 같았다. 혹은 내 팔뚝에 남아 있는 동그란 폭력의 흔적들 같기도 했다. 자신의 본질과 이질적인 것은 상흔을 남긴다. 그리고 그 상흔으로 인해, 그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아픔의 힘으로 우리는 생의 모퉁이를 돌기도 한다. p.17

나 역시 오래도록 두려워했고 오래도록 나 자신을 속여왔다. 진실보다 무서운 건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라는 걸. 거짓이라도,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붙들고 있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p.110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 삶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며 우리 삶의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끝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일이라고. p.125

"영원히 평범해질 수 없는 그런 슬픔 아시죠?"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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