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에도 서울에 있는 동안 엄마와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돌아왔다. 엄마는 나와 외출하며 종종 지갑을 깜빡 빼놓으시는데, 치매 증상으로 보기엔 엄마가 너무 건강하고, 아마도 성인이 된 딸의 지갑을 그만큼 믿고 계시기 때문일 게다. 엄마의 지갑만 믿고 가볍게 나선 어린 시절의 그 길을 이제는 묵직한 책임감(과 지갑)을 가지고 걷는다. 꼭 잡은 엄마 손은 여전히 따뜻하다.

추석 연휴, 토요일 오전의 <호안 미로 특별전>에는 다행히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배우 박해일이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긴 호흡으로 그림에 집중하려 했지만, 결국 추상화에 대한 피상적인 감상에 그치고 말았다. 기괴하고 자유로운 형태와 색채, 호안 미로의 작업실 재현 공간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갤러리를 나와 광화문의 청명한 하늘을 맞이했다. "빵 먹고 싶어"라는 엄마의 말에 근처 베이커리로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도 "엄마, 뭐 먹고 싶어?"라는 질문을 자주 하겠노라 다짐했다.



덧글
순수산타 님도 여유 있을 때 대접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