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by 명품추리닝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10점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을유문화사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에 이어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한 권 더 읽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니, 이토록 나와 잘 어울리는 제목의 책은 <낮잠형 인간> 이후 처음이다. 40대의 사노 요코는 <사는 게/죽는 게> 시리즈에서보다 좀 더 수다스럽지만 다정한 느낌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다정함은 아닌 듯, 그녀는 못생긴 개와 늙은 고양이를 무심하게 기르며 남의 '반려동물 사랑'에 혀를 찬다. 그래도 자신의 개와 고양이를 우직하게 기른다. 
우리 집 개는 매우 개 같고, 고양이는 고양이 같이 때문이고, 또한 고양이가 2,3일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아들이 울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개와 고양이를 다른 개와 고양이로 바꿀 마음은 없다. 가족은 바꿀 수 없는 거니까. p.234

유년시절부터 책에 빠져 살았고, 일본의 국민 시인과 결혼했었고, 평생 부지런히 책을 만들던 작가이지만, '독서'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비판적이다 못해 자학적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독서습관을 위선적으로 포장하지 않은 점이 정말 놀라웠다.
나의 독서는 그저 심심풀이다. 나는 따분함을 못 참는다. 하지만 타고난 게으름뱅이라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마음이 분주한 쪽을 선택하고 만다.
심심풀이로 읽기 때문에 활자는 그저 배경 음악처럼 흘러갈 뿐, 교양으로도 지성으로도 남지 않는다. 오락이니까 그냥 시간을 때우면 되는 거다. 내 안에 축적되어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일 같은 건 없다. p.318

독서는 그처럼 나에게 지성도 교양도 가져다주지 않지만 때때로 감동하거나 감탄하거나, 아름다운 마음씨가 되거나, 분노에 떨거나 하는 것을 몹시 싼 값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만큼은 좋다. 나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로, 눈만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마음속에서 꺄아 꺄아 기뻐하고 싶은 거다. p.320

그러나 몇 년 전, 흠칫한 적이 있다. '다치'라는 야생마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일이다. 야생의 몽골말이 영국에서 고향인 몽골까지, 바다까지 건너서 오로지 한마음으로 돌아가는 실로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쉽게 우는 사람이므로, 벌써 눈물범벅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몽골말이 되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보다 정말로 몽골말이 되어 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니 독서라는 게 참으로 공허하게 느껴졌다. p.320~321
사노 요코의 궁상 맞은 에세이를 다 읽으니,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만 보았을 때보다 그녀가 더 좋아졌다. 까칠한 문체 안에 전기장판 같은 따뜻함이 녹아 있어 심심풀이 독서 중에도 몇 번이나 '꺄아 꺄아' 했다. 하지만 내일 출근을 하려면 적당히 '꺄아 꺄아'하고 자야겠지. 조금 아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