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인문학 콘서트에서 by 명품추리닝

며칠 전, 강신주 인문학 콘서트에 갔다가 처음으로 이 '핫한 철학자'를 실물로 접했다. 강신주는 몇년 전의 나였다면 충분히 열광했을 만한 재미있고 열정적인 강연자였다. 다만, 현재 내가 깊고 부드러운 노미숙 선생님의 그림책 연수를 듣고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그의 강의 스타일은 독선적인 느낌이 강해 내겐 별로 감동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강신주가 강조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동심을 가진 사람'의 예가, 내가 보기엔 강신주보다는 노미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상적인 강연 내용을 꼽자면 '직장에서 생산성을 적당히 떨어뜨리는 게 함께 잘 사는 일'이란 강신주의 주장이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들이 너무 효율적으로 일하면, 관리자는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적은 수의 노동자로 많은 이윤을 챙긴다. 그러므로 정규직의 게으름이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거야말로 내가 직장에서 가장 잘 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내 주변 동료들도 나처럼 게으르다면 현재 채용되는 정규직이 2배는 늘어날 텐데, 어떡해야 내 빈둥빈둥 라이프스타일을 동료들에게 잘 전파할 수 있을까, 하고 오랜만에 철학적인 고민도 했다.

이 나태한 직장생활 덕분에 나는 비교적 잘 먹고 잘 자며 잘 노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피아노, 영화, 시식코너 등의 단어들이 내 마음 속 놀이목록에 훌륭하게 기재되었다. 더 놀고 싶은데 벌써 밤이다. 이제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고 자야겠다. 

덧글

  • memoraser 2015/11/01 09:54 #

    혜화동 벙커에서 강신주 대 간증쑈!!! 를 구경했는데, 장내 공기가 마치, 그가 칠판을 향해 분필을 던지며 삼팔에 이십사아!!! 하면 대중들이 아멘!!! 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가 초인은 아니니까 완벽을 기대해서는 안 될 일이겠고, 좀 꼰대끼가 있기는 해도 퍽 재밌는 아저씨??
  • 명품추리닝 2015/11/01 23:42 #

    오, 이전에 대학로 공연장에서 꽤 오랫동안 강연했다고 들었는데, 간증쇼의 분위기였나요?;;
    저는 10년 전에 강신주를 만났으면 좋았겠다 생각했거든요.
    순수한 나이대에 이상을 몰아붙이는 경험, 거기서 자신의 한계와 현실을 마주하고 부드러워지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봐요, 전.
    지금은 예전처럼 진지하고 절실하게 철학자의 강연을 듣는 태도를 지니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 이요 2015/11/01 12:43 #

    시식코너!!! ㅋㅋㅋ
  • 명품추리닝 2015/11/01 23:49 #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돌고 있는데, 소시지 코너에서 어떤 고등학생들이 소시지를 집어먹길래 저도 끼어서 같이 먹었거든요.
    시식코너 아주머니께서 [아이고, 학생들이 계속 먹어대니 소시지가 남아나질 않아.]라고 저를 어리게 봐주시는 것 같아 좋았어요~><
  • 零丁洋 2015/11/01 19:00 #

    좀 한가한 소리 같군요. 자본이 그렇게 호락호락할까요? ^^
  • 명품추리닝 2015/11/01 23:46 #

    저도 그냥 한가하게 받아들였어요. 개그콘서트 분위기였거든요~^^
  • 2015/11/01 19:24 #

    저는 강신주라는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업의 생리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 같네요. 소수의 직원이 태업을 하면 해당 직원에게 불이익을 줍니다. 대다수의 직원이 태업을 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윤구조가 악화되어 새로운 고용창출을 할 여지가 더 줄어듭니다. 기업이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것은 앞으로 이윤 창출 가능성은 있는데 노동력이 부족할때이지,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악화될 때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입니다. 직원이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줄이자는 것은 다 같이 잘 살자는 얘기가 아니라 다 같이 망하자는 얘기에 가깝지요.
  • 명품추리닝 2015/11/02 00:05 #

    저는 유머로 받아들여서 제 게으름에 대한 찬양으로 이어졌는데,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이런 식의 반박도 가능해지는군요. 제 블로그에 오랜만에 이렇게 길고 논리적인 덧글이 달린 게 신선하고 재밌네요. 반갑습니다, 생 님. 강신주 역시 무조건이 아닌 '적당히' 생산량을 줄이라고 했으니, 좀 더 상식적으로 표현하자면 '저녁이 있는 삶' 정도를 추구하는 것이겠지요. 나아가, 지금의 부익부빈익빈을 완화시킬 '자본개혁'도 필요한 거고요. '노동개혁'이 아닌.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15/11/01 23:17 #

    시식코너 기대됩니다 ㅋㅋㅋㅋ
  • 명품추리닝 2015/11/02 00:07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지요~ㅋㅋㅋㅋ
  • 신냥 2015/11/02 00:41 #

    강신주씨가 저렇게 말했나요?


    ......
    ㅎㅎㅎㅎ
    이런 스탈이었나 보죠~
  • 명품추리닝 2015/11/02 18:05 #

    네, 강연에서는 저렇게 말했어요.

    제 시선을 한 번 거친 강신주의 스타일은 이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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