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의 하늘이와 원장님 by 명품추리닝

펌을 하기 위해 들른 단골 미용실은 운 좋게 한산했다. 그 대신 하늘이가 하염 없이 울고 있었는데, 70일도 넘게 키우던 아기냥이들을 이틀 전에 모두 입양보냈기 때문이란다. 쇼파 위에 나른하게 누워있던 모습 대신, 녀석은 미용실 곳곳을 돌며 제 새끼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쉬기 위해 널브러진 녀석의 배를 만져주면 울음소리가 잦아들어서, 나는 꽤 오랫동안 하늘이의 배마사지를 해주었다.

오늘도 역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나보다 먼저 왔던 두 세 명의 손님들이 모두 머리를 하고 나가자, 원장님이 갑자기 돌변하여 내 앞에서 즐겁게 딸자랑을 하시는 것이었다. 원장님의 대학생 딸은 패션디자인 전공인데, 최근에 유명한 공모전에 당선되어 밀라노까지 다녀오는 영광을 누렸다고 했다. 나에게 대학신문에 나온 딸의 기사까지 자랑스럽게 보여주시는 원장님은 왠지 해맑고 귀여워보였다. 항상 노련한 경청자의 역할만 하던 원장님에게도 이렇게 앙증맞은 속마음이 있었구나 싶어서, 나도 흔쾌히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머리는 이번에도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내가 미용비를 모두 현금으로 준비해왔다고 지갑을 꺼내자, 원장님은 반가운 표정으로 나에게 서비스라며 헤어세럼을 주셨다. 입구에 앉아있던 하늘이를 몇 번 쓰다듬고 미용실을 나왔더니, 오전에 내리던 비가 완전히 그쳐 있었다. 하늘이 유난히 맑고 예뻤다. 




덧글

  • 몽고메리 2014/07/20 01:53 #

    흠... 분양이라... 어쩐지 가엽군요...
  • 명품추리닝 2014/07/20 11:00 #

    저도 안타까워서 계속 배마사지를 하게 되더라고요.
  • 2014/07/20 09: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20 11: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wkdahdid 2014/07/20 18:43 #

    ㅎㅎ 읽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네요~
  • 명품추리닝 2014/07/20 22:45 #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썼으니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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