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연주] Claude Debussy - First Arabesque by 명품추리닝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음악의 대부분은 조성이 있다. 이것을 약간만 벗어나면 미묘하거나, 장난스럽거나, 관능적인 매력이 있지만, 조성을 완전히 벗어난 음악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현대음악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라 평가 받는 '쉔베르크'의 음렬음악이 청중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단순했다. 인간의 귀에 아름답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드뷔시는 조성을 벗어나 새로운 음악적 요소를 사용한 동시에, 청중의 귀까지 사로잡은 성공적인 작곡가였다. 드뷔시는 기존의 화성법칙을 깨고, 4도 병행, 5도 병행, 반음계, 온음음계 등의 파격적인 요소를 음악 전반에 끌어들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일반적인 3화음을 중심으로 한 음악과는 다르게 세련되고, 몽롱하고, 몽환적으로 느껴진다. 드뷔시가 대학교에서 작곡을 배우던 시절, 그는 레슨 시간에 그의 지도교수와 이러한 대화를 했다고 한다.

- 자네는 어떤 화성 법칙으로 이렇게 이상한 곡을 쓴 건가?
- 아무런 법칙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제 내면의 법칙에만 따랐지요.

곡을 듣자마자 이건 또 뭔가 하고 흥분해서 완전히 드뷔시에게 들씌워졌다. 지나치게 드뷔시에게 공감하는 바람에 거기에 내 자아가 녹아들었다고 할까, 벌써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드뷔시를 바로 나 자신인 것처럼 느꼈다. 드뷔시가 다시 태어나 내가 되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왜 이런 엉뚱한 곳에 와서 살게 되었는가, 왜 일본말을 하고 있는가,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드뷔시의 필적을 흉내내어 공책에 수없이 사인 연습을 하기도 했다. 'Claude Debussy'라고. p. 45

그나저나 내 인생(손때 묻은 언어라서 그다지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밖에 적절한 말이 찾아지지 않는다)을 이렇게 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은 혁명가도 아니고 세계를 바꾼 것도 아니고 음악사를 바꿔 쓸 만한 작품을 남긴 것도 아닌, 한마디로 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다. p. 232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드뷔시는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장르의 음악에 영향을 준 작곡가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대로, 드뷔시는 음악사를 바꿔 쓸 만한 작품을 남겼다. 그러한 음악은 주체적인 사고와 삶의 방식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다. 이른바, 치명적인 매력이리라. 

오늘도 건반을 매만지며 몽롱하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속을 여행한다. 하늘하늘, 무언가가 아른거린다.   


덧글

  • 베뤼 2013/04/02 00:25 #

    드뷔시 아라베스크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네요 :)
    엄정화나왔던 영화 뭐더라...'호로비츠를 위하여' 에서 꼬마남자애가 이 곡 연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ㅎㅎ
  • 명품추리닝 2013/04/02 20:29 #

    저도요, 저도요. 정말정말 좋은 곡이에요~
    그런데 제가 아직까지도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안 봤네요;;
  • 2013/04/02 10: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02 20: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마룰라 2013/04/08 15:41 #

    일드 오렌지데이즈가 바로 떠오르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드인데 여주인공이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오랜만에 들으니까 너무 좋네요 감사해요~
  • 명품추리닝 2013/04/08 22:10 #

    정말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된 곡이군요, 아라베스크는.
    힛,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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