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Dear My 피노키오 by 명품추리닝


[전시]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 앵콜전 by 명품추리닝


서울 도착 by 명품추리닝

직장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서울에 도착, 지하철에서 글을 쓴다. 예정보다 차가 막혀서 본가에 가기 전 터미널에서 김선생 김밥을 먹었다. 제일 비싼 새우튀김 김밥이 맛이 없네. 그냥 평소처럼 참치 김밥 먹을 걸. 그래도 서울에 오니 휴가의 기분이 든다. 엄마를 3개월만에 보는구나. 이제 다시 유아기로 퇴행할 시간. 엄마아, 보고시퍼쪄, 복쭝아 머꼬시퍼, 내일 삼겹짤 구어죠~

블루투스 이어폰이 망가지다 by 명품추리닝

작년부터 내 리듬연습을 도와주고 있는 삼성 Level U Pro 블루투스 이어폰 연결부분이 며칠 전 부러졌다. 드디어 에어팟을 살 핑계가 생긴 것! 그런데 부러진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실리콘과 플라스틱 부분이 분리된 것뿐이어서 조심히 붙일 경우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괜히 느껴지는 양심의 가책. 왠지 이걸 버리고 에어팟을 사면, 멀쩡한 애인의 작은 흠을 트집잡아 환승이별을 하는 나쁜 X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 에어팟 구매버튼을 누르는 대신 동네 문구점에서 1300원짜리 순간접착제를 구입, 연결부분을 다시 잘 붙여 리듬연습을 계속하는 중이다. 오늘도 5초 가량 블루투스 접속이 끊어져서 내 리듬감각이 시험에 들었다. 언제 몇 초 동안 백킹트랙이 끊어질지 몰라 스릴과 궁상이 넘치는 리듬연습! 불금의 피아노 연습도 이 블루투스 이어폰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다. 어떤 관계든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헤어져도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피아노를 연습하다 다시 건초염의 통증이 심해져서 건반을 누르는 대신 모드 스케일의 손가락 번호를 정리했다. 드디어 다음 달부터는 모드 연습에 들어갈 수 있겠다. 으아, 모드 스케일에 익숙해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벌써부터 피곤하다. 사람은 뭔가 하고 싶으면 방법을 찾고 하기 싫으면 핑계를 찾는다는데, 나는 대체로 핑계거리를 끊임없이 떠올리다 더 이상 핑계댈 게 없으면 그제서야 방법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니 7월 말까지 여러 가지 핑계거리를 만들어야겠다.  

[도서] 소설가의 귓속말 by 명품추리닝

소설가의 귓속말 - 10점
이승우 지음/은행나무

경험 없이, 동의 없이 글이 써지는 이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체하기', 즉 시늉하기였다고 내 기억은 증언한다. p.21

자기 안에 찾아내거나 해석할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은 외부로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한다. 내면이 의문투성이일 때 외부의 의문들은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면이 혼란일 때 외부의 혼란은 혼란으로 인식되기가 어렵다. 가까운 데 있는 낮은 산이 멀리 떨어져 있는 높은 산을 가리는 이치다. p.30~31

그러니까, 그의 내면에 외부가 들어 있으니까, 그는 '그의' 외부를 그리기 위해 굳이 외부를 살피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의' 외부를 그리기 위해 그가 해야 하는 일은 그의 내면을 찬찬히 잘 들여다보는 일이다. p.32

능청스러움, 교활함, 변명, 합리화, 의뭉스러움 같은 것들은 악마의 속성이라고 했거니와 이는 또한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기도 하다. 창작자의 내면의 복잡성을 이야기할 때 불가피하게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능청스러움, 교활함, 변명, 합리화, 의뭉스러움 같은 것들이다. 그리거나 쓰는 사람이 천사가 아니라 악마를 거느려야 한다고 말할 때 그 뜻이 이러하다. p.37

기념하는 것은 시간에 매듭을 짓는 일이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인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만드는 것. 일종의 시간의 연금술. p.60

검열관이 내부에 있어야 한다. 내부에만 있어야 한다. 권력기관이든, 상업자본이든, 아니면 독자라고 불리는 문학 소비자든, 외부의 검열관은 문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작가의 창작 능력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거부해야 마땅하다. p.79

그러나 참으로 자유롭다면 자기 자유를 쓰지 않을 자유까지도 가져야 할 것이다. 부자유를 택할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완전하게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자유를 선택할 자유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자유에 얽매인 사람이고, 자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자유를 쓰지 않은 자유를 갖지 못했다면 그 자유는 반쪽짜리 자유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다 유익한 것이 아니다. p.81

보인 것과 상관없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쓰인 것과 상관없이 읽으려고 한 것을 읽을 수 있다. 본 것이 보인 것이 아닐 수 있고, 읽은 것이 쓴 것과 상관없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 겸손을 비굴이나 자존감 결여로 읽어내기도 하고, 오만을 자신감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심지어 보기 전에 판단하고 읽기 전에 해석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판단을 먼저 하고, 그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중에 건성으로 보거나, 해석을 먼저 한 다음에, 그 해석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후에 대강 훑어 읽기도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p.105

그러니까 요구할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섣불리 규정하고 넘겨짚고 유형화하고 관성에 넘어지지 않는 것. 벼르고 깨어 있는 것. 집중하는 것. 참여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 모든 것을 지금 처음 접하는 것처럼 대하는 것. 모든 사람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만나고 모든 소식을 처음 듣는 것처럼 듣는 것. 해질 무렵의 하늘이나 특정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나무의 자태나 골목길에 매달린 간판이나 그 간판에 덮인 먼지들이나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 바닥의 커피 찌꺼기나, 무엇이든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경이로움을 가지고 보는 것. 그런 것. p.137

드러내기 위해 쓰이는 말들이 덮기 위해서도 쓰인다. 명쾌하게 하기 위해 쓰이는 말들이 혼란하게 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쓰이는 말들이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도 쓰인다. 우리는 말들, 진술과 고백과 증언들이 만들어낸 혼돈과 경이로움(경이로움의 다른 이름인 의혹)의 미로 속에 갇혀 산다. 이때 말들은 얼굴을 뭉개는 도구이다. 미로의 한복판에 죽어 누운 이는 얼굴이 뭉개져 있다. 뭉개진 얼굴은 알아볼 수 없다. p.154

책을 읽는 사람은 배려나 호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딪히기 위해 읽는다. 부딪침은 만남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베풀거나 한수 가르치거나 내려보낸다는 의식을 가지고, 말하자면 읽을 사람을 배려하여 소설을 쓰는(쓴다고 표방하는) 것만큼 안쓰러운 것도 없다. 그것만큼 잠재적 독자를 불쾌하게 하는 것도 없다. 독자는 그저 수용하고 단지 받아들이기만 할 뿐인 수동적 객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가 혹시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만남에 대한 기대이다. 소설가에게 혹시 어떤 욕망이 있어야 한다면, 그것 역시 만남에 대한 기대이다. 설렘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없는 것이 가장 좋다. 독서의 효과로 감동과 성찰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것이 독서하는 사람이 독서를 통해 누리기를 원하는 거의 유일한 기쁨이지만, 그것은 배려나 호의를 받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치열한 부딪침, 동지를 찾은 것 같은 만남의 결과이다. p.157

헤밍웨이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가장 좋은 글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쓴 글이다." 나는 질문한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 글쓰기가 가능한가. p.158

행위는 진실을 절반 밖에 말하지 않는다. 온전한 진실은 그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동기로 그 행위를 했느냐를 통해 드러난다. 인간은 배신의 마음을 품고 키스할 수도 있고 꽃다발을 바치며 저주할 수 있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이라는 맥락 속에 있는 인간 행위의 동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진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p.163

어떤 종말론자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해서 인상적인 것은 곧 닥칠 종말을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거나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 계속 사는 것이다. 곧 종말이 올 거라는 인식을 지닌 채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p.201

우리는 우리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것의 지배를 받는다. 중독 증상의 대부분은 인간이 인간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만든 것에 지배받는 전도된 현상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도박이나 게임, 인터넷, 알콜, 포르노,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어느 것 하나 인간의 필요와 편의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인간은 이렇게 하면 편할 텐데, 이렇게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하면 힘 안 들이고 능률을 올릴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 텐데, 하며 이런저런 것들을 상상하고 발명하고 개발하고 탐닉하고, 그 결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의 지배를 받는다. 이 지배의 과정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유연한지 대개의 경우 의식하지도 못한다. p.226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은 자기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의 착취 방법을 폭로한다. 그는 우리가 착취당한다는 의식 없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즐기면서 자신을 착취한다고 알려준다. 자본이 주인인 세상은 사람에게 더 하라고 하고, 더 가지라고 하고, 더 즐기라고 하고, 더 출세하라고 한다. 더 하는 것을, 더 가진 것을, 더 즐기는 것을, 더 출세하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라고 한다. 옷으로 몸으로 자동차로 SNS로 전시하라고 부추긴다. p.227
이승우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글쟁이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게 된다. 20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공간에 담긴 생각의 폭과 깊이가 남다르다. 나에게 이번 주말 오후의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만드는 과정(60)'은 <소설가의 귓속말>의 독자가 되는 일이었나보다. 

책속에서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습관적으로 다이어리 먼슬리 페이지에 옮겨적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행위는 진실을 절반 밖에 말하지 않는다'(163)는데, (다이어리에 명언을 필사하는) 내 행동의 동기는 자기성찰일까 아니면 허세일까. 물론, 나는 내 행동에 대한 합리화를 매우 잘 하는 사람이므로 자신있게 성찰이라 결론내리고, 다음 주에도 마음에 드는 책의 그럴듯한 문장을 찾아 필사하며 나 자신을 착취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타이핑할 문장이 많은 책을 만나니 팔이 아프다.    

비오는 날, 야근 후 by 명품추리닝


한지 블라인드 by 명품추리닝

새로운 집에 이사와서 늦잠을 자기가 힘들다. 아침부터 침대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왜 이렇게 강렬한 거야... 이웃 블로그에서 직접 커튼을 손바느질해서 만들었다는 후기를 보고서야 나도 창문에 뭔가를 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9500원짜리 한지 블라인드. 창문 크기에 맞춰서 자르고, 양면테이프로 붙이기만 하면 된다. 귀차니스트인 나에게 어울리는 쉽고 간단한 시공 방식. 손바느질이 뭔가요? 

완성! 아, 그런데 우쿨렐레 코드표가 안 보이는군.

됐다, 드디어 주말 한낮에도 늘어지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보람찬 마음으로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야겠다. 

[도서] 열한 계단 by 명품추리닝

열한 계단 - 10점
채사장 지음/웨일북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왜 그들이 지금 내 앞에서 신에 대한 순종을 말하는지, 왜 국가에 대한 복종을 말하는지, 왜 나에게 겸손하고 절제하는 도덕적인 삶을 살라고 강조하는지. 그러한 강요를 통해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의심의 눈으로 직시해야 한다. p.107

차라투스투라는 말한다. 아이는 순진무구함이고 망각이다.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그리고 최초의 움직임이며 성스러운 긍정이다. 왜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아이만이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창조의 과정은 하나의 유희이고 동시에 긍정이기 때문이다. p.152

이런 영원회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허무주의의 최고 형태다. 이러한 극단적인 허무를 인정하고 나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존재. “이것이 인생이라면 그래, 한 번 더!”라고 외치며 허무의 깊은 심연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존재. 그가 바로 초인이다. p.155

효율성 때문이다. 노동의 주체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생산량의 극대화 때문이다. 각 분야의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반복할 때, 사회의 전체 이익은 증대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명의 개인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영혼을 고려해서가 아니다. 효율성와 전체 생산량 증대. 이것 때문이다. p.167

체 (게바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그가 이상주의자이며, 특히 인간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윤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깨달아 일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다. 노동과 헌신을 통해 유지되는 사회주의 낙원을 이룩하고자 했던 것이다. p.230

지금은 안다.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들도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을 말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있다. 내면의 성숙은 고결한 방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선입견.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어려운 철학책과 씨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는 아름다운 방법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p.249~250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절반의 배움이 있다. 고결하지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세계에서의 경험들. 부당함에 굴복하고, 부조리에 타협하고, 옳은 주장을 꺾고, 스스로의 초라함에 몸부림칠 때에만 얻게 되는 그런 배움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나와 타인의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서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 p.250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현시대가 구획지어놓은 과학과 학문이라는 영역 안에 머물며 거기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신기한 것들을 만나고 놀라워하며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합리주의라는 근현대의 기준 안에 당신의 드넓은 영혼을 구겨 넣지 않기를 바란다. p.333
<열한 계단>은 저자의 전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가독성 좋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은 인문학 도서이다. <지대넓얕>과의 차이라면, 채사장 개인의 경험과 사상이 종종 에세이처럼 녹아들어있다는 것. 여러 고전과 인물에 대한 지식을 가볍게 훑는 동시에, 원숙한 작가의 불안했던 20대를 엿보는 재미가 크다. 
군을 전역하고 현실세계에 던져졌을 때, 그래서 나는 그다지 불안하지 않았다. 지금의 어설픔과 실수들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성숙한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경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낯설음을 나는 결국 극복할 것이다. 군대에서 적응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나는 잘 적응할 것이다. 다짐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어떤 책도 읽지 않으리라. 남들처럼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말 것이다. 돈을 벌고, 경제적인 안정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노후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서글펐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성실한 청년이 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나의 영혼은 이미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p.244~245

생각해보면, 세상에 정말 힘든 일 같은 건 없다.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충분한 시간과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우리는 어떤 어려운 문제든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힘들지 않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어질 때 발생한다. 정신은 분산되고 신경은 예민해진다. 간신히 처리하던 일들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도미노처럼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모든 일에서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진다. 관계된 사람들에게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쉽게 짜증을 내고 이것이 다시 원인이 되어 신경 쓸 일들이 더 늘어만 간다. p.323
지금의 내가 그렇다. 힘들지 않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어지는 상황. 이번 주까지 내내 그럴 것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피아노를 못칠 정도로 일이 많으면 건초염은 더 빨리 나을 테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도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먹으니 나른하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잘 와서 좋다. 


삼성 블루투스 이어폰 Level U Pro by 명품추리닝

작년부터 피아노 연습을 할 때 드럼 소리를 들으려고 삼성 블루투스 이어폰 Level U Pro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3~4년 전에는 15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었으나 지금은 5만원, 그리고 나는 운 좋게 3만원에 구했다. 당시 행사하던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 모델의 최저가를 검색하고 즉시 2개를 구입, 각각 연습실과 집에서 잘 사용하는 중이다. 저렴한 가격대에 비해 선명한 음질, 고용량 배터리, 진동 전화벨 알림 기능 등의 장점을 가진 제품. 

무엇보다, 이 제품은 리듬연습을 할 때 참 좋은데, 연습 중 갑자기 3~10초 가량 접속이 끊기면서 그동안 백킹 트랙 없이 피아노를 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접속이 되어 백킹 트랙이 다시 들릴 때 내 박자감각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접속불량이 일어나는 시간 동안 백킹 트랙과 피아노가 조금씩 어긋났었는데, 지금은 10초 이상 접속이 끊겨도 피아노의 박자가 흐트러지지 않고 그 이후 연결되는 백킹 트랙과 잘 어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제품은 리듬 트레이닝을 하는 데 최적화된 모델이 틀림 없다. 괜한 겉멋에 비싼 돈을 들여 에어팟 같은 것을 구매했다면 이런 리듬연습을 할 기회가 없었겠지. 덕분에 리듬감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다음에는 그냥 에어팟을 사야겠다.   

2020 다이어리로 보는 상반기 일상 by 명품추리닝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서울 본가에 있던 시기가 길어졌다. 대부분은 피아노, 그것도 지루한 스케일 위주로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내 다이어리는 그 시기에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툴루즈 로트렉전>을 관람하고 친구가 그려준 로트렉 포스터는 내 다이어리의 화룡점정 같다.  

하루하루 늙어가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명품가방도, 브랜드 의류도 아닌 영양제들이다. 작년에는 2가지, 올해부터는 복용하는 영양제를 4가지로 늘려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변화는 살이 좀 빠졌다는 것인데, 신체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나아짐으로써 스트레스성 폭식을 자제하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그 이외에는 피부 트러블이 덜 생긴다는 점, 피부의 자잘한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반평생을 노력해도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7:20의 기상시간과 밥벌이의 현장도 이 영양제들이 없었다면 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우쿨렐레는 꽤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같은 곡을 피아노로 자신있게 연주할 때와 우쿨렐레로 더듬더듬 연습할 때의 차이가 커서 어색하면서도 재미있다. 책상 앞에 우쿨렐레 운지표를 붙여놓고는 있지만, 직접 곡을 연주할 때 하나하나 찾으려면 시간이 걸려, 며칠 전에 작정하고 Confirmation의 코드표만 따로 만들어서 연습에 활용하고 있다.  

재작년부터 다이어리에 붙인 불렛저널 양식은 2020년에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약간의 기복이 있긴 해도 무난하게 To do list를 채워나가는 중이다. 재미있어보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기보다는, 내 삶에 필요하고 반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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