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사합니다 by 명품추리닝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 확진, 식중독 등으로 저하된 체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자잘하게 고장난 몸 때문에 일상의 무게도 버겁네요. 이글루스 블로그도 지금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6월 9일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졌을 땐 가슴이 철렁,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나는 게 아닌가 초조했어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이글루스에서 15년간 좋은 이웃들의 진솔한 글을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여러 개성을 지닌 유저들로 이글루스가 북적이던 시절이 그립지만, 그분들 역시 새로운 플랫폼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시리라 믿어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혹시 네이버 블로그로 이주하신 이웃분들 댓글로 주소 남겨주시면 구독하겠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또 만나요.)



2022년 3~5월 함께 먹기 by 명품추리닝

3월, 나에게 건반화성을 배우는 멤버들과 간 고피자
스리라차 슈프림 피자 내 취향이야~

3월의 다른 날, 밴드 멤버들과 버스킹 준비하며 먹은 고피자.

4월, 동네 브런치 카페에서 고민상담 들어주기

입소문난 브런치 카페, 4월 또 다른 고민상담일
눈꽃빙수와 파니니 덕분에 가벼워진 고민이겠다

4월의 건반화성 멤버 모임, 카페에서 공부(하는 척)

5월, 직장에서 집단식중독 걸린 날 찾아온 S양
S양에게 필라프를 사주고, 나는 자몽티를 마심

5월, 건반화성 멤버들과 또 브런치 카페
이쯤 되면 먹방화성이 아닐까?

[재즈피아노] Go Nuts (Funk) by 명품추리닝



최근 연주하고 있는 또 다른 Funk는 Rai Thistlethwayte의 Go Nuts로 빠르고 복잡하면서도 중독성있는 리듬이 특징인 곡이다. 드럼 비트에 맞춰 제 속도로 연주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도전감을 자극하여 상당히 재미있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남자 화장실 청소를 한 후 피아노 앞에 앉아 분노를 다스리며 연주했더니, 평소보다 건반을 더 세게 누르는 것 같다. 역시 피아노는 분노조절장애에 효과가 좋아서, 곧 나아진 기분으로 사회생활에 어울리는 가면을 쓸 수 있었다. 내일부터 계속 야근이다. 체력과 정신력을 잘 유지해야겠다.  

[재즈피아노] Nord Corea (Funk) by 명품추리닝


재즈피아노의 여러 가지 장르를 배우는 중 Funk의 예시로 Ondre J Pivec의 Nord Corea 악보를 받아 연주하고 있다. 지난 4월초 코로나 확진으로 골골거릴 때도 꾸준히 연습하던 곡. 언젠가 펑크로도 멋진 즉흥연주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일단 악보대로 열심히 따라가는 중이다. 3, 4월에는 밥벌이가 무척 고되어서 오히려 확진된 후 집에서 피아노만 치던 때가 행복했다. 물론, 병가중에도 집에서 오전에 원격업무를 보고 오후에나 피아노 연습이 가능했지만 말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기분좋게 불어오며 연습을 방해하는 5월이다. 연습일지의 공백이 너무 많아지지 않게 조절해야겠다. 
 

2022 설날 연휴 기록 by 명품추리닝

2022년 설날 연휴 주간에는 엄마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며 지냈다. 오빠 내외는 설날에 뭘 하는지 엄마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연휴가 끝난 주말에야 새언니 생일을 맞아 백화점 식당가에 모일 수 있었다. 새언니가 회를 좋아하여 매년 엄마가 회를 사주시는 것. 덕분에 옆에서 내가 잘 얻어먹고 있다. 미리 화이트 와인과 롤케익도 센스 있게 준비! 

오빠가 결혼한지 5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우리 집안에서 고부갈등이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단 새언니가 미국인이라 대부분의 대화가 [하와유, 파인땡큐] 수준으로 이어지니 애초에 갈등의 싹이 나지 않고, 명절에 의무적으로 모이기보단 서로가 합의한 날짜에 외식을 하니 명절 스트레스 또한 없다. 엄마가 자식들의 효도나 연락에 집착하지 않고 당신 스스로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분이라 가능한 일일 게다. 엄마는 10년째 유치원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중이며, 10년째 아름다운 가게 봉사자이고, 20여년간 주 2회씩 장애인 돌봄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엄마의 이야기 할머니 활동은 올해가 마지막이니 기념 여행이나 다녀올까 생각중이다.     

엄마와 새언니는 [듀오링고]라는 언어학습 앱으로 각각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새언니가 14일 연속 학습일을 인증했는데, 그때 엄마는 연속 학습일 700일을 넘기고 있었다. 나는 디즈니 영어회화 연속 비학습일로 100일이 넘어간 상태. 엄마, 왜 나를 이렇게 낳았어.  

믿기지 않는 엄마의 연속 학습 733일. 원래는 1000일이 훌쩍 넘었어야 하지만, 엄마가 중간에 중국 여행을 다녀오느라 날짜가 리셋되었단다. 전세계 듀오링고 회원들이 대단하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다는데, 정작 엄마는 답장 보내는 기능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아예 듀오링고를 안 하니 알 길이 없지. 어쨌든, 엄마가 하루 빨리 듀오링고 시니어 모델로 데뷔하길 바란다. 그래서 다음 설날 주간에는 더 비싼 회를 얻어먹으면 좋겠다. 

엄마와 새해 외식 (2022) by 명품추리닝

동네 옛날통닭집에서 닭강정과 맥주

엄마가 우울한 날 아침, 동네 카페에서 기분전환

연극 <언더스터디> 관람 후, 만둣국과 오징어순대

스타벅스 흑임자 케이크, 엄마 취향 저격

동네 중국집, 탕수육과 자장면

동네 빵집, 명란 바게뜨와 몽블랑

엄마와 영화관람 후 굴전

새로 뚫은 동네 해물파전 맛집

동네 빵집의 타르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관람 전, 솥밥과 파스타

백화점 푸드코트의 황생가 칼국수

홍팥집의 단팥빵

대학로 카페 첫만남, 포르투갈 타르트 포장

[도서] 공간의 심리학 by 명품추리닝

공간의 심리학 - 6점
발터 슈미트 지음, 문항심 옮김/반니
지난 2월, 한 해 동안 꾸준히 자발적으로 나를 도와준 N, J와 버거킹에 갔는데, 문득 당일 도서관에서 빌린 [공간의 심리학]의 표지가 생각나 이들에게 소개했다. 

- 우와, 이 책에 "창가 자리는 왜 항상 인기가 많을까?"라고 쓰여 있어. 지금 우리가 창가에 앉아 있잖아. ㅎㅎㅎ

그러자 거의 1년 동안 과묵했던 N이 책을 가져가 목차를 뒤지더니, 해당 내용을 금방 찾아 우리에게 읽어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냥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책 표지를 잠깐 언급한 것뿐이었는데, N이 더 깊고 본질적인 질문을 궁금해하며 그 답을 빠르게 찾아내서 내심 감탄했다. 어쩐지 N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섹시해. 솔직히 책 자체는 상식 수준의 시덥잖은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날 창가에 앉았을 때의 내 기분이 몹시 좋았으므로 블로그에 남긴다. 따뜻한 햇살 아래 버거 세트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N과 J의 사려깊은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던 날이었다.    

조직심리학을 연구하는 외르크 펠페에 따르면, 인간은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 어느 무리에서든 최대한 신속하게 자기 자리를 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에 부딪힌다. 무리의 소속감을 원하는 마음과 개인으로서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다. p.72

우리는 세상 인심을 한탄하기 전에, 뇌 안의 편도핵이 공포 스트레스를 만나면 불붙듯 활성화되는 한 이런 현상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격동의 연속이니 말이다. p.122

127건의 사건 사고를 분석한 대피심리 전문가 미하엘 슈레켄베르크(Michael Schreckenberg)에 따르면, 재난영화에 흔히 나오는 대규모 혼란 장면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리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의식적으로 침착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출구를 찾는다. 그러나 앞서가던 행렬이 장애물을 만나 걸음을 멈춘 것을 알 리 없는 후미 행렬이 가던 속도 그대로 나아가다가 선두와 부딪치고, 그 순간 질서는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그럴 때는 확성기나 안내방송을 통해 제3의 목소리가 침착하고 권위 있게 다음 행동을 유도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흥분한 군중에게는 이 혼돈을 제어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 심리를 이용하면 집단적 공포로 인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p.132-133

두려움을 느낄 때 소속 욕구가 올라간다. p.142

[도서] 모녀의 세계 by 명품추리닝

모녀의 세계 - 10점
김지윤 지음/은행나무

5년쯤 전, 이전 직장에서 소수의 동료들과 회식 중 [나는 어릴 때 집에서 이런 물건으로 맞아봤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파리채'로 이 쓸 데 없는 이야기의 물꼬를 텄는데, 이후 동료들이 왠지 신나는 표정으로 30cm 자, 효자손, 빗자루, 나무 주걱, 구두 주걱 등의 도구를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당구채와 부지깽이가 등장, 서로 본인이 경험한 도구가 더 위력적이었다고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동료들의 평소 인품이 상당히 훌륭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폭력적인 가정에서 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음 세대에는 폭력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많이 드러났다. 그들의 사적인 가정생활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직장에서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러했다. 이번에 읽은 김지윤의 신작 <모녀의 세계>에도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는데, 아마도 나와 동료들 역시 이러한 정화의 과정을 거쳤거나 거치는 중이리라. 물론 그 과정은 만만치 않다.
엄마가 하는 말 한마디, 엄마가 가끔 만나는 아빠를 대하는 태도, 아빠에 관한 말에서 엄마는 항상 부정적이고 날이 서 있었다. 어우, 엄마와 할머니에게 들은 아빠 욕으로 아빠 대신 내 수명을 늘일 수 있다면 난 불로장생할 것이다. p.123
무능하고 폭력적이었던 남자를 아버지로 둔 나 같은 딸들은 대체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오랫동안 맡는다. 물론, 그러면서도 내가 엄마에게 지랄을 떤 일이 10배 이상 많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과거에 내가 이 30여년의 감정 샌드백 역할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엄마는 나에게 '외롭다, 서운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했었다. 여기에 대고 나는 '원래 모녀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거야'라고 냉정하게 대답했었는데, 이 책이 좀 더 일찍 출간됐더라면 그때 내가 더 부드럽고 현명한 대답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면 아빠가 괴롭히는 엄마들은 늘 도망을 갔다. 그런 장면들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 엄마는 항상 슬퍼 보였고, 엄마를 이 혹독한 집에 머물게 하기에 '나'라는 존재는 너무도 가녀리기만 했다. 나를 버리기만 하면 엄마는 자유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많은 시간 엄마가 나를 두고 자유를 찾아가는 상상을 했다. p.45
저자와 나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 힘들었던 환경에서도 엄마가 나를 버릴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 김지윤이 나 이상으로 따뜻하고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 놀랍고 대단해 보인다. 유년기 충분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성숙하고 지혜롭게 스스로를 가꿔나가는 사람들이 실로 존경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가족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남겨준다. 한국에서 자란 딸들은 물론, 그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이 딸에게 통제욕구를 많이 발동시키는 이유는 아마 엄마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안이 높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엄마들에게는 '내 딸은 이 사회에서 사랑받는 여자로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텐데...'라는 불안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딸이 이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요구받는 여성상에서 비껴가려는 조짐이 보이면 딸들을 통제하는 식으로 자신의 불안을 다루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무의식에 담겨 있는 딸에 대한 불안이 높을 때 엄마는 딸이 독립적인 존재로 분리되는 것에 심정적으로 저항한다. p.136

한국의 엄마들이 갱년기를 더욱 힘들게 맞이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에는 기능하는 엄마, 즉 도구적인 모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밥을 해 먹이고, 학원 라이딩을 해주고, 같이 입시전략을 짜고, 시험 때 같이 밤을 새워주는 식의 도구적인 모성의 역할이 강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기능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시점에서 엄마들은 큰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p.155

이런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구적 모성과 함께 관계적 모성을 함께 사용하며 살아야 한다. 도구적 모성이란 아이가 시험 기간에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공부를 다그치는 모성이라면, 관계적 모성은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의 긴장감, 시험 결과를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 상태를 함께 느끼고 다독이고 격려하며 아이의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안아줄 수 있는 모성이다. 말 그대로 목표 없이 존재로서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p.157

성에 당당한 엄마가 되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망설이지 않으며 딸들에게 더욱 아름답고 주체적인 성 관념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진로와 학업에 길라잡이가 되기 원하지만 성에 있어서는 예외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성에 대해 성스러운 영향력을 끼치는 엄마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게 될 성의 세계를 만들어줄 것이니 말이다. p.243

상처는 그렇게 소화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야기가 인간 보편의 인생 이야기로 흡수될 때, 누군가에게 자기의 아픈 이야기를 말하고, 누군가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를 건넨다. (...) 그렇게 우리는 상처를 소화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성인이 되어간다. p.251

오랜만에 열심히 독서를 하고 리뷰를 썼으니, 내일은 엄마와 홍팥집에서 사온 복분자 단팥빵을 먹어야겠다. 



2022 달과 모눈 다이어리 (이든디자인) by 명품추리닝

2022년에 드디어 5년이나 사용했던 [달과 노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달과 모눈]을 맞이하게 되었다. [달과 노트]가 먼슬리+라인노트였다면, 이번 [달과 모눈]은 먼슬리+모눈노트로 불렛저널에 좀 더 최적화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전 달과 노트(A5)보다 작아진 크기 때문에 전시나 공연 리플렛 부착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래도 올해 중요한 것은 불렛저널의 활용이므로 조금씩 적응해 볼 생각이다.  

[달과 모눈]의 다이어리 크기가 [달과 노트]에 비해 작아진 만큼 먼슬리 한 칸의 크기도 작아졌다. 게다가 내지의 두께도 150g에서 120g으로 얇아져 먼슬리를 꾸미는 데 제약이 많아진 듯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더 작은 다이어리도 사용해봤으니 이 사이즈에도 곧 적응하게 될 것이다. 글씨를 좀 더 작고 촘촘하게 써보도록 하자.  

유투브에서 여러 불렛저널 활용법을 보며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페이지를 만들어보았다. 작년의 일들을 떠올리며 '감사합니다'와 '하이라이트'를 기록해보니 각각 반 페이지 이상이 금방 채워졌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누구에게나 찰나의 빛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2021년의 '두려워도 괜찮아' 페이지 역시 유투브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간의 평생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불안을 다루는 연습이 아니던가. 내 다이어리는 이것을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2021년의 파란색 테마와는 대조적으로 2022년의 테마는 주황색으로 더 밝게 표시하였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목표를 기록하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겠지.   

2021년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던 만큼, 2022년에는 Pain Log를 만들어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마다 그 원인과 처방을 기록하며 건강을 관리할 생각이다. 타지에서 밥벌이하며 혼자 아프면 매우 서럽다. 다이어리에게라도 이렇게 위로를 받아야지. 

[달과 모눈] 한 페이지에는 가로로 총 32개의 모눈이 있는데, 그래서 한 달의 Habit Tracker를 제목까지 기록하기에는 칸이 모자란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왼쪽 페이지에 제목을, 오른쪽 페이지에 1~31일의 날짜를 쓰니 딱 맞았다. 이렇게 2022년을 시작한다. 엄마와 떡만둣국을 먹고 산책을 다녀온 설날이다.  


2021 크리스마스의 악몽 by 명품추리닝

내 인생에서 크리스마스에 출근하는 날이 오다니,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 생각한 2021년 연말이었다. 12월에도 조신하게 직장-집-직장-집을 왕복했건만, 운이 없게도 직장에서 동료들 중 나만 혼자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것. 그래서 PCR검사를 두 번이나 받고 자가격리되어 업무가 왕창 밀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크리스마스 오전에 피아노를 1시간밖에 못치고 본격적으로 매우 따분한 업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시스템만 구축해놓으면 해결될 문제를 수작업으로 하려니 도저히 속도가 나질 않고 대신 짜증이 폭발했다. 뭔가 재밌고 귀여운 걸 꺼내봐야겠어. 

마침 새로 주문한 고양이 오케스트라 스티커가 택배상자 그대로 포장되어 있어 잠시 언박싱 타임을 가졌다. 아, 이 귀여운 캐릭터에 마음이 녹는구나. 한 해 동안 열심히 다이어리를 써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J와 L에게 가장 먼저 이 선물을 전달했다. 역시 바쁘고 힘든 크리스마스에 귀여운 아이템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다.  

엄마에게는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로 체크 모직코트를 주문해 보내드렸다. 물론, 서울에 가면 나도 입어야 하므로 Smart Closet에서 미리 기존 옷들과 매칭을 시켜본다. 우울할 때는 쇼핑이 특효약이구나. 

엄마가 보내준 착장샷

하지만, 코트 쇼핑 정도로는 이 크리스마스의 우울함을 떨쳐낼 수 없다. 좀 더 큰 지름이 필요해. 2022년 엄마와 함께 관람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예매한 후, 가까스로 바닥난 책임감을 끌어모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 며칠만 참고 일하면 곧 빌리를 볼 수 있잖아. 빌리야, 조금만 기다려 줘. 함께 힘내자.  

크리스마스의 마무리는 방어회와 화이트 와인이었다. 홀짝홀짝, 캬아~ 먹고 죽자, 인생 별 거 있냐. 넷플릭스 뭐하니, 같이 한 잔 해야지. 어쨌든 지금 돌아보니 나름대로 추억이 되어 있는 2021년 연말이다. 그래도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좀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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