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랑 by 명품추리닝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장기자랑 시간에 아무 것도 안 하고 남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구경만 해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나도 열정적인 무대 위보다는 느긋한 심사위원석에 앉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2018년에 만난 깜찍하고 종종 끔찍해지는 어린 양들이 어느 날 연말 장기자랑에 같이 나가자는 요구를 해오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제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귀찮아졌는데 무슨 댄스를 추란 말이냐.

- 저희가 앞에 3분은 다 맞춰놨고요, 명품추리닝 님은 마지막 30초만 같이 추면 돼요.   



미치겠다, 그래서 선곡한 레퍼토리가 김영철의 '따르릉'이라니, 짧은 시간이니 같이 춤을 춰준다고 대답한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이 배은망덕한 팀원들은 내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유투브를 보며 연습할 때마다 사사건건 내 춤사위에 이런저런 비난과 충고를 남발하는 것이었다. 

- 명품추리닝 님, 허리를 좀 더 저질스럽게 흔들어야죠.

- 야, 왜 나한테만 이렇게 쪽팔리는 걸 시켜.

- 명품추리닝 님이 저희한테 '쪽팔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내가 입버릇처럼 남들에게 설교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건데... 결국 나는 장기자랑 시간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저질스럽게 허리를 흔들어 우리 팀이 1등이 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고, 그 상품으로 피자를 받아 팀원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2019년도에 근무지를 옮기면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겠노라 다짐했다.  

2019 달과노트 다이어리 개시 by 명품추리닝

지난 9월부터 장장 3개월에 걸쳐 내년도 다이어리 후보군을 면밀히 살핀 후, 결국 2019년도 다이어리도 이든디자인의 달과노트를 구입하였다. 심플하게 먼슬리(달)와 라인(노트)만으로 구성되어 '달과 노트'이다. 그러고보니 3년째 같은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왠지 바람기를 접고 일부종사하는 열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핑크, 내년에는 그린으로 모두 단순하고 산뜻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옆면을 비교하자 확연히 드러나는 손때의 차이. 부지런히 쓰고, 그리고, 색칠하고, 붙이며 삶을 기록하는 사이에, 내 2018년 달과노트는 점점 낡고 뚱뚱해져갔다. 나이도 이렇게 알차게 들어가면 좋으련만.  

2019년 달과노트의 먼슬리에는 좌측 모눈이 사라져 더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일률적인 글씨에 소질이 없는 내게는 좀 부담스런 디자인. 예전 시사회에서 받은 <패딩턴2> 스티커를 붙이니 제법 겨울 분위기가 나서 좋다. 여기에 눈꽃 스탬프도 찍어놔야지.    

올해는 이 불렛저널 덕분에 하루하루 좀 더 유익한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2019년 달과노트에는 아예 12달을 모두 적어서 붙여놓고, 매월 새로운 색으로 주말을 표시했다. 올해 이 달과노트를 4권이나 사서 주변에 3권을 선물했는데, 이 불렛저널 양식도 첨부하니 받는 이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이 창대한 시작을 보라, 끝이 어떨지는 몰라도.    

이제 내 다이어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벤트 당첨 목록.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서 온다. 이 작은 목록들의 소소한 행운에 감사해야지. 오늘 밤 잠들기 전까지 부지런히 응모의 씨앗을 뿌려야겠다. 

우쿨렐레 송년회 by 명품추리닝

우쿨렐레를 배운지 이제 1년 반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두 번의 우쿨렐레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하였고, 동호회 멤버들과도 많이 친해져 송년회에서 각자 준비한 1만원 상당의 선물을 서로 교환하기도 했다. 선물의 포장지만 보고 자신이 가져갈 선물을 고르는 단순한 행사가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은 '2019 달과 노트 다이어리'와 '양 포스트잇'이었는데, 내 선물을 가져간 멤버가 양띠인데다 평소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고 좋아해주어 다행이었다. 내년에 서로 다이어리 꾸미기 방법을 공유하면 더 재밌을 듯하다.  

저녁식사를 하며 다들 올해는 캐롤이 많이 들리지 않는다고 푸념을 했다. 그런데 마침 2차로 방문한 카페에서 반갑게도 크리스마스 재즈 콘서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신이 나서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 선물 같은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연주가 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하기보단 셀카를 찍거나 잡담을 하며 분위기를 흐린 것. 다른 음악에 비해 재즈가 조금 더 어려워서일까. 음악에만 몰입해서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음악감상만으로는 지루하니 잡담과 셀카촬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이러한 관객들을 보니 내가 재즈를 계속 배우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외로움을 견뎌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현재 문화적 취향의 공통분모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하고 친절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행사음악 녹음 by 명품추리닝

지난 주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내가 편곡한 행사음악 한 곡을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들렀다. 이전 라디오 CM송 녹음 이후 벌써 이번이 세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인데, 이번에는 참여한 아마추어 멤버들이 꽤 많아 기대 반 걱정 반이 되었다. 피아노, 보컬 합창, 드럼, 베이스, 기타를 오랜 시간 차례로 녹음하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해맑은 보컬과 밴드 멤버들은 그들의 인생 첫 뮤직스튜디오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스튜디오 대표님의 환상적인 기타 실력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레코딩의 커다란 소득이었다.  

마지막까지 녹음에 참여한 이들과 동네에서 가장 핫한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모자라다며 한탄하면서도 스튜디오 녹음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가슴 벅찬 후기를 전해왔다. 2018년의 나도 여전히 열정페이 연주자 신세이지만, 덕분에 다양한 이들과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으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취중연주 Fly me to the moon by 명품추리닝

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의 어느 저녁, 다니고 있는 음악학원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아마추어들끼리 편안하게 즐기는 콘서트라 들었는데, 그 무대가 생각보다 풍성하고 전문적이어서 내심 감탄했다. 14명 연주자의 프로필이 담긴 프로그램도 배부되고, 강사진들의 프로페셔널한 공연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재작년 서울 공연무대에서 만났던 프로 수준의 보컬도 여기서 다시 만나 혼자 반가워하기도 했다. 40여명 남짓한 관객들과 오붓하게 앉아 음악을 즐기니, 낭만시대 유럽의 귀족이 되어 살롱 콘서트에 온 기분이었다.  

나는 이 무대에서 Fly me to the moon을 A♭ Major로 연주했는데,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재즈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난 봄에 라이브 카페에서 이 곡을 외국인 친구 E와 즉흥적으로 연주(C Major)한 경험도 있지만, 그건 솔로연주가 배제된 반주였으니 정식 재즈는 이 무대가 처음인 것. 헤드와 솔로, 베이스와의 솔로 교대가 이루어지는 잼 형식의 재즈를 연주하니, 드디어 내가 '재즈 자폐아'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 전 와인을 한 잔 마신 것이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준비한 솔로를 미스 없이 무난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원장님이 모든 무대를 녹화해놓으셨다니 나중에 영상을 받아봐야겠다. 

뒤풀이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안면을 트고 공연 감상을 나누었는데, 무대에 오르지 않고 관객으로만 참여한 수강생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근래 내가 사석에서 이렇게 수다를 많이 떤 적이 있었던가.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막차가 끊겨 있었다. 덕분에 다음 주에 학원에 가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05 by 명품추리닝

벌써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핑계삼아 일행들과 케이크 만들기를 하러 단골 빵집에 들렀다. 파티쉐의 시범만 보면 '참 쉽죠?'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이싱 작업이 만만치 않다. 스패츌러가 이렇게 다루기 어려운 도구였을 줄이야. 그래도 어떻게든 결과물은 나오는 법. (결국 아이싱 작업에선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 매끈하게 정돈된 케이크 위에 짤주머니로 생크림을 올리고 과일 데코레이션을 하는 일행들의 눈빛이 선명하고 진지하다.  

단골이 되길 잘한 동네 최고의 빵집. 층마다 발라진 어마어마한 양의 생크림은 모두 우유생크림이라 한 덩이씩 퍼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데코된 과일도 맛있고, 시트도 폭신폭신 부드럽다. 심지어 저 [I Love Jazz]가 쓰인 화이트 초콜릿 장식조차 깊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완성된 케이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 같다. 예쁘게 포장된 케이크 박스를 들고 귀가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조심스러웠다.    

2019 다이어리 구입 (이든디자인 달과 노트) by 명품추리닝

무려 석 달간 꼼꼼히 2019년도 다이어리 후보를 비교한 후 구매한 이든디자인의 달과 노트 다이어리. 내 인생에서 같은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3년 연속으로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먼슬리의 150g 모조지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90p 이상의 라인노트도 한 해의 기록을 담기에 모자라지 않고, A5 사이즈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용의 미덕을 갖췄다. 특히, 며칠을 밀리든 상관 없이 원하는 날에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라인노트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이 달과 노트는 3년째 9,800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을 유지하는 중이다. 대체 남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지금의 달과 노트도 좋지만 나는 종종 이상적인 다이어리를 상상하곤 한다. 배스킨라빈스 다이어리의 표지 + 달과 노트의 150g 먼슬리 + 7321 앨리스 다이어리의 프로젝트 스케줄 + 라이브워크 오브젝트 먼슬리 플래너의 120g 프리노트 정도면 참 좋겠다. 아, 프리노트는 라인 대신 그리드(3.4mm의 회색, 분홍색이 교차되는 모눈)면 더 좋겠다. 아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까다롭구나. 

달과 노트는 이전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듯하다. 3~6년째 이어서 같은 제품을 쓴다는 후기도 여럿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다이어리의 마케팅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빈약하다. 신제품은 11월 30일 홈페이지에 출시되었지만, 텐바이텐이나 1300k에는 아직까지 입고되지 않은 상태.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벤트가 10월 26일부터 시작된 것에 비하면 이든디자인의 달과 노트는 마케팅에 거의 손을 놓은 모양새이다. 이러다 갑자기 단종이라도 되면 어쩌나. 나라도 포스팅을 통해 홍보해줘야겠다. 

[이든디자인 달과 노트 다이어리] 가 출시되었습니다. 일주일 11.30~12.6(?) 동안 9900 -> 8800원으로 세일합니다. 아직 2019 다이어리를 고르지 못하셨다면 달과 노트를 눈여겨봐주세요. 3년째 제 돈으로 구입하고 기록한 후기입니다.

텐바이텐 12.7 입고
1300k 12.7 입고(12.9까지 20% 할인)


[영화] 베일리 어게인 (A Dog's Purpose, 2017) by 명품추리닝

영화 <베일리 어게인>에 훌륭한 연출이나 인상적인 배우는 없다. 다양한 견종들이 등장하지만 그를 이용한 참신한 유머도 없다. 특히, 노령견을 길러본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 리트리버 베일리의 안락사 장면이 얼마나 어설픈지 금방 눈치챌 것이다. 기력도 없고 시력도 떨어진, 이제 곧 무지개 다리를 건널 노령견의 모습이 어찌나 건강하게 보이던지. 맑은 눈동자와 풍성한 체모, 탄탄한 근육과 고른 호흡을 가진 리트리버는 절대 내레이션에서 서술하는 병든 개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장면에서 눈물을 펑펑 쏟을 수밖에 없는 걸까. 그리고 베일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환생하여 새로운 반려인과 함께 새로운 삶을 가꿔나간다.  

리트리버로 생을 시작했던 베일리는 첫 번째 삶을 마감한 후 이전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환생한다. 이든을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주인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는 베일리. 이러한 영화에서 긴박한 갈등이나 재치있는 유머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셰퍼드, 웰시코기, 세인트버나드로 다시 태어난 베일리들은 얼마나 귀엽고 매력적인가. 세인트버나드로 환생한 베일리가 노년의 이든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운명적인 사랑 타령하는 로맨스 영화'처럼 진부하지만 또 어김없이 눈물이 줄줄 흐른다. 가방에 여행용 티슈가 잔뜩 있어 다행이었다.  

새로 연습하는 곡 choux a la creme by 명품추리닝



3주 전부터 우에하라 히로미의 choux a la creme(슈크림 과자)를 연습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멜로디 진행과 히로미다운 속주가 매력적인 생기발랄한 재즈곡. 연습할 때마다 그 진행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중이다. 천재란 이런 거구나. 이전 the Tom and Jerry show는 1년도 넘게 연습했었는데, 이 곡을 암보하여 완주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 하는 걸까. 특히 어려운 부분이 2~3 군데 있어서 더듬더듬 부분연습을 해야만 한다. 슈크림 과자를 먹는 상상을 하면 좀 더 연주가 잘 될까, 또 다시 철 없는 망상으로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요즘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포일러 주의) by 명품추리닝

흔히 사람들이 자아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고들 하지만, 지금의 내게 여행은 돈을 쓰며 관광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자아는 오히려 그이의 쇼핑내역과 익명 댓글, 인터넷 검색어, 그리고 비공개하거나 삭제한 포스팅에서 찾는 게 빠를 게다. 그런 점에서 영화 <완벽한 타인>은 흥미롭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은밀한 자아를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으니까. 남에게 씌워진 얄팍한 가면이 핸드폰 하나로 벗겨지는 것을 보는 일은 관객의 입장에서 얼마나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경험인가. 

극중 성적 충동이 그나마 건강하게(?) 발현되는 인물은 문학 모임에서 자아를 찾는 가정주부 '수현(염정아)'일 것이다. 보수적인 남편 몰래 입는 야한 속옷,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불륜 소설, 문학적 취향이 비슷한 남자와의 온라인 교류는 그녀가 회색빛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으로 설명된다. 그 불륜 소설마저 자신의 남편을 모델로 썼다는 게 김이 빠지긴 했지만.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었다면, 수현은 일반적인 불륜 소설이 아니라 피와 정액이 난무하는 게이소설을 집필해 거액을 버는 동인지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텍스트로 자신의 욕망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난 게 그나마 반가웠다.    

영화의 결말을 알게 되면, 맨 처음 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을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은 아마도 남편 '석호(조진웅)'의 외도를 의심해 이러한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바람을 많이 피우는 사람일수록 배우자의 부정을 더더욱 경계하는 법이니까. 예진이 남편의 35년지기 친구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이 게임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더 서늘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자신의 이면을 보여주지 않은 채 타인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노력하고, 끝까지 자신의 불륜을 들키지 않는 영리함을 갖췄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월식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바로 예진이 아닐까.     

영화는 파국적인 결말을 보여주면서도 (영화 <인셉션>의 오마주인) 반지의 회전 장면을 통해 또 하나의 현실적인 결말을 동시에 제시해 해석의 폭을 넓힌다.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달은 매일 자신의 앞면만을 내보인다. 섣불리 뒷면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대체로 평화로울 것이란 현실이 조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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