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 현을 교체하다 by 명품추리닝

- 명품추리닝 님은 실력이 금방 느시네요, 가을에는 콘서트 무대에 서도 되겠어요.

우쿨렐레 선생님의 칭찬에 [베짱이 클럽] 학습부진아의 마음은 금세 환해졌다. 그것이 열등생을 위한 선생님의 센스있는 배려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나의 마음은 이미 콘서트 무대에 올라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의 동아리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는 그룹레슨은 6월에 끝나지 않는가. 초조했다. 아직 배울 게 많은데. 그리고 곧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 된 절박한 심정으로 [베짱이 클럽] 회원들에게 정성스레 설득의 메시지를 보냈다. 

- 벌써 우쿨렐레 레슨이 끝나니 너무 아쉬워요. 우리 사비로라도 더 배우는 게 어때요? 1/n 하면 레슨비도 저렴해요!

설마, 나는 다단계가 적성에 맞았던 걸까. 내 동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흔쾌히 지갑을 열어준 덕분에, 나는 가을까지 이들과 계속 우쿨렐레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코드를 잡는 왼손 검지손가락 끝은 아직도 심하게 아팠지만 점차 굳은 살도 박히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손가락이 아픈데 매일 연습을 해야 하다니, 기타나 우쿨렐레 연주자들은 전부 마조히스트일 거라고, 제법 근거있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이 믿음은 선생님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설 수준급 동호회를 소개받기 전까지 굳어져 있었다.

- 명품추리닝 님 우쿨렐레는 아퀼라 현이네요. 이 현은 잡을 때 꽤 아플텐데. 

이 동호회 최고 실력자인 회장님이 내 고통의 원인을 알려주셨다. 현이 굵고 거칠다고. 좀 더 가늘고 부드러운 줄로 교체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유레카! 그래서 주말에는 회장님과 현악기 전문점에 들러 장인의 손길을 받았다. 우쿨렐레 브릿지를 조금 깎아낸 후, 이탈리아산 아퀼라(Aquila)현을 일본산 오르카스(Orcas)로 갈아끼우니 좀 더 가늘고 부드러운 그립감이 느껴졌다. 악기의 음색도 더 가볍고 경쾌해져서 마치 우쿨렐레를 새로 구입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주제넘은 욕심에 예쁜 소리를 내려고 무리한 힘을 주어서 계속 상처가 났나보다. 그래도 이젠 견딜 만한 고통이 되었다. 손가락이 아파서 연습을 못하겠다는 핑계도 사라졌으니, 매일 꾸준히 예쁜 소리를 만들어가야겠다.  


[도서] 나는 언제나 옳다(The grown-up) by 명품추리닝

나는 언제나 옳다 - 10점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푸른숲

열여섯 살 되던 해에는 엄마와 얼룩과 텔레비전에서 벗어나(물론 고등학교에서도) 스스로 내 길을 개척했다. 매일 아침 밖으로 나가 여섯 시간 동안 구걸을 했다. 누가 접근할 만한 사람인지, 얼마나 길게 말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절대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순수한 거래였다.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p.11

사람들이 흔히 주고받는 질문을 나도 받을 때가 있다. "무슨 일 하세요?" 그럼 이렇게 대답해준다. "고객 서비스업에 종사해요." 사실이니까. 나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웃게 해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솔직한가? 하지만 사실이다. 사서가 되어도 좋겠지만 도서관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책이라는 건 일시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거시기는 영원하다. p.15
<나는 언제나 옳다>의 '나'는 불우한 가정사, 억척스런 생활력, 재빠른 눈치를 가진 1인칭 화자라는 점에서 영화 <핑거스미스>의 주인공 '수 트린더'와 (혹은 영화 <아가씨>의 '숙희'와) 흡사하다. 얄팍한 심리전술로 타인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진 것도. 이 순진과 타락을 오고가는 '나'와 저자의 영리한 전개방식이 맞물려, 소설은 적절한 긴장과 해학을 지닌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든 아니든, 나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믿기로 선택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속여서 수많은 일을 믿도록 했던 나다. 그런 나에게도 이번 일은 그야말로 생에 최고의 업적이 될 참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나 스스로 믿도록 만드는 것! 옳진 않더라도 나름 합리적인 일 아닌가. p.86~87

하지만 참 너무하지 않은가. 이들은 도심에 큰 저택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남편은 아내를 때리지도 않을 뿐아니라 아이들 키우는 것도 도와주며,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늘 북 클럽에 다니며 책을 읽는다. 그런데도 슬프다니. 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난 슬퍼요." 슬프다는 건 대개 시간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p.21
작은 원룸에 월세를 내고, 자상한 (또는 웬수 같은) 남편은 없고, 일 때문에 지쳐 북클럽에 다니지 않는 나도 곧잘 슬픔을 느끼는데. 아무래도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 남아도는 모양이다. 며칠 전 새로 머리맡에 둔 큐브 스탠드의 성능도 확인할 겸 새벽 1시에 수면제처럼 열어본 소설을 결국 그 자리에서 완독했으니까. 이제 또 다른 수면제를 찾아봐야 하겠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by 명품추리닝


주말 집회 by 명품추리닝

서울에서 집회가 있어 왕복 8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바라던 대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현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집무수행도 보았으나, 전 정권에 대항한 내 동료이자 멘토인 사람들은 여전히 해직상태였으니까. 도심 거리 차량이 통제되니 운전자 몇몇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을 하며 지나갔다. 얼굴과 팔에 선크림을 가득 바른 다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비닐방석을 깔고 앉았다. 

다행히 집회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이전 집회에서 들었던 '박근혜는 하야하라'와 같은 난폭한 플래카드 메시지는 '우리 이니 결단하라'처럼 친근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 가운데 이전 집회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무지개색 깃발을 발견했다. 그렇다,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는 성소수자일 것이므로 응당 있어야 할 깃발이었다.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이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듯했다. 

공연장과 음식점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은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대생들, 악기 케이스를 멘 연주자들, 신혼여행에서 이제 막 돌아온 듯 커플셔츠를 입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종종 투쟁 구호 사이를 가로질렀다.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봄이 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왠지 쓸쓸했다. 

다이어리 꾸미기 도서 by 명품추리닝

2017년 다이어리 꾸미기반을 운영하며 새로운 학습 자료를 들여왔다. 어떤 책을 펼쳐도 아기자기한 그림과 손글씨가 가득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부 회원들은 활동시간이 끝나면 내게 개인적으로 찾아와 중요한 페이지를 촬영해가기도 한다. 몰입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시간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다. 

다른 때보다 행사가 많이 기록된 5월의 다이어리. 행사가 없는 날의 여백이 허전해 그곳에 맥주 스티커를 붙였더니, 모처럼 야심차게 그린 올라프가 알콜 중독이 되어버렸다. 당근코 대신 딸기코를 그렸어야...
 


베짱이 클럽 by 명품추리닝

4월부터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있다. 'F코드에서 포기했던 기타의 트라우마'를 딛고 그보다 운지하기 쉬운 우쿨렐레로 방향을 튼 것. 이퀄라이저가 탑재된 콘서트 사이즈의 우쿨렐레를 구입한 후, 직장에서 레슨비 일부를 지원받아 우쿨렐레 동아리 [베짱이 클럽]도 개설하여 전문 강사님까지 모셔왔다. '왕초보 우쿨렐레'로 광고한 이 [베짱이 클럽]은 나를 포함하여 총 6명의 동아리원이 모여서 그룹레슨하기에도, 친목을 다지기에도 적절한 인원이 되었다. 동아리원 중 나 혼자만 음악을 전공했으므로 함께 기초부터 배우더라도 나는 거의 '우쿨렐레 보조 강사'로 활동하게 될 터였다. 음악 전공자로서 재능기부를 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한 소명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막상 동아리 활동에 들어가니 나의 오만한 음악적 자부심은 첫 번째 레슨에서부터 산산조각이 났다. '왕초보 우쿨렐레 동아리'에 웬 숨은 고수들이란 말인가. 내 동료들은 우쿨렐레 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했거나, 탁월한 기타 실력을 숨기고 있거나, 하와이에서 직접 150만원짜리 우쿨렐레를 구입한 애호가이거나 해서, 나는 졸지에 첫 레슨부터 우쿨렐레 학습부진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신일숙 작가가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고 했나보다.

이 때문에 '우쿨렐레 보조 강사로 활동'하려던 나의 원대한 꿈은 '동료들의 발목을 붙잡지 않기'란 현실적인 목표로 급히 수정되었다. 우선 손가락 보호 골무부터 구입했다. 이미 왼손가락 굳은 살이 단단히 박힌 동료들은 괜찮겠지만, 나에게는 기본적인 코드를 짚는 것부터가 고통이었으니까. 이렇게 배송된 실리콘 골무를 왼손 검지손가락에 끼우니 F나 Dm도 수월하게 짚을 수 있게 되었다. 브라보, 이제 [곰세마리]도 버벅대지 않고 연주할 수 있다!



 
또한, 마침 자주 가던 쇼핑몰에서 신상품으로 [My Favorite Ukulele 티셔츠]를 출시했는데, 처음 본 순간부터 이 디자인은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다만 올봄에 이미 두 벌의 흰색 면 티셔츠를 구입한 사실이 떠올라 잠시 이 우쿨렐레T 구입을 망설이게 되었다. 흰색 면 티셔츠만 세 벌이라니, 낭비다, 낭비. 나는 검소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세일러문이 요술봉을 사용하려면 블링블링한 변신을 해야하듯이, 내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려면 이 화사한 티셔츠를 입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고나서야 산뜻한 기분으로 새 티셔츠의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드디어 다음 주면 이 [My Favorite Ukulele 티셔츠]를 입고 우쿨렐레를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학습부진아로 전락했다지만 명색이 [베짱이 클럽]의 리더가 아니겠는가. 이제 좀 더 게으른 마음가짐으로 훌륭한 베짱이가 되어 빈둥빈둥 직장생활을 해나가야겠다. 


일일 바리스타 체험 12차 by 명품추리닝

인스타용 촬영 세팅중

실제 체험 현장

본격 인스타용 촬영 시작

다음 중 고급 아라비카 커피를 고르시오


[도서] 거기, 당신? by 명품추리닝

거기, 당신? - 10점
윤성희 지음/문학동네



성을 소유하다 by 명품추리닝

지난 주에 다이어리 꾸미기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작년 다꾸반 멤버 두 명이 안타깝게 (가위바위보에 져서) 다른 부서에 배정된 사실을 알았다. 다행히 다꾸반에 자리가 남아 둘을 데려오기로 했고, 월요일인 어제 부서 재배정을 완료했다. 그리고 오늘, 추가로 다꾸반에 합류한 R양이 나에게 수줍은듯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감각적인 글씨체와 귀여운 캐릭터로 가득찬 3월 먼슬리 구석구석에 세심한 정성이 묻어났는데, 그중에서도 27일이 단연 눈에 띄었다. 하트모양으로 장식된 [다이어리부 입성! ~열심히!]라는 메시지에서 그녀의 넘실대는 기쁨과 열정이 느껴졌다. 

전날인 일요일에 그려진 우울과 비교하면 더더욱 빛나는 월요일의 환희. 아름다운 디즈니 성을 소유한 엘사 여왕도 부럽지 않은 날이었다.
입성入城(명사)
1. 성안으로 들어감.
2. 적이 있던 도시를 함락하고 들어가 점령함.
3. 상당한 노력 끝에 선망하던 세계나 방면으로 진출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17년 3월 다이어리 by 명품추리닝

3월의 밥벌이 시즌은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꾸밀 여유조차 없다. 하지만, 올해에도 다이어리 꾸미기반을 운영하려면 다꾸반 담당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므로 마치 매일 다이어리를 기록한 것처럼 밀린 공백을 메우고야 만다. 

다이어리를 오래 쓰다보니, 조금만 신경쓰면 2주 이상 밀린 다이어리의 광활한 여백도 알차게 보이도록 꾸밀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요령만 느는 2017년이다. 게다가 올해 다꾸반 오리엔테이션에는 작년 멤버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나와 2년째 만나는 멤버들을 보니 상당히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다. 작년보다 더 발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알라딘에서 검색한 다이어리 꾸미기 관련 도서들을 주문하기로 했다. 모쪼록 우리의 2017년 다이어리에도 예쁜 추억이 많이 담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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