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에서의 부부 by 명품추리닝

완만한 등산로에서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중년의 커플. 이들이 부부인지 불륜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뒤에서 큰 소리로 [여보!]하고 부르는 것이란다. 부부이면 신경쓰지 않고 가던 길을 갈 것이고, 불륜이면 화들짝 놀라 잡았던 손을 뺄 거라고.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등산할 일이 있으면 꼭 커플 뒤에서 저렇게 외쳐봐야겠다고 개구진 다짐을 했다. 

이어서 내가 몇년 전 템플스테이에서 보았던 부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3박 4일 일정 중 이틀째 프로그램이 끝난 저녁, 그 부부는 손을 잡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며 숙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신혼의 설레임은 잠깐, 함께 유년기의 두 자녀를 기르는 부부의 관계는 유혹적인 에로스보다는 치열한 전우애에 가까우리라. 내가 그들의 행동을 주목한 시점은 바로 남녀가 구분된 숙소 앞에서였다. 부부가 그 갈림길에서 헤어지지 않고 계단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일상에서 매일 보는 얼굴,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서, 대체 이 절간까지 와서 부부끼리 무슨 이야기를 저토록 길게 나눌 수 있는 걸까. 

나는 그 부부 중 남편의 프로필을 알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는 말에서 남편은 명백히 전자로 가정에 경제적인 고통을 안긴 적이 여러 번 있고, 부부에게는 분명 내가 모르는 아픔도 많을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다정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몰래 사진으로도 남겨놓았다. 그 남편분과는 카운셀링 연수를 함께 받은 적이 있는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점'에 다음과 같이 답한 것이 기억난다. 

나한테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내가 아내에게 집에 일찍 들어가겠다고 했던 날, 약속을 지키지 않고 늦게 들어간 적이 있어요. 아내가 분명 속상했을 텐데, 화를 내지 않고 내게 등을 보인 채 조용히 설거지만 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화를 안으로만 품고 있으면 병이 나잖아요. 아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까봐...

부부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 파일이 이전에 쓰던 노트북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찾아보면 더 부러울까봐 따뜻했던 기억만 남겨놓기로 한다. 

[영화] 플립(Flipped, 2010) by 명품추리닝


로브 라이너 감독의 영화 <플립>은 10대 소년소녀의 설레는 첫사랑을 목가적인 풍경 속에 잔잔히 녹여낸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겪는 사랑과 갈등이 모두 귀엽게 다가오면서도 그 여운은 깊다. 누가 말했던가,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라고. 7살 '브라이스 로스키'를 향한 7살 '줄리 베이커'의 맹목적인 사랑은, 그래서 유년기부터 사춘기로 이어지는 그녀의 인생에 처음으로 외로움과 비참함, 배신감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그녀를 지혜롭고 단단하게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 배경에는 줄리의 든든한 아버지, 화가 '다니엘 베이커'가 있다.  

주변에서 발견한 적은 있으나 나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책임감있고 자상한 아버지상. 딸이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나중에 그 나무가 베어졌을 때 상심한 딸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다니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일하게 부족한 부분이라면 풍족하지 못한 경제력일텐데, 그 원인이 지체장애를 가진 동생(줄리의 삼촌)에게 들어가는 병원비에 있었기에 이러한 조건적 결핍에서도 그의 선하고 따뜻한 성품이 부각되어 보인다.
그러나 내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줄리의 아버지 다니엘이 아니라 브라이스의 아버지 '스티븐 로스키'였다. 검은 양복에 훤한 대머리를 가진 스티븐은 줄곧 앞집에 사는 줄리의 가족을 지나칠 정도로 헐뜯는다. 아직도 화가놀이나 하고 있는 다니엘, 별볼일 없는 밴드에서 노래하며 허세나 부리는 다니엘의 두 아들, 정신지체 가족을 둔 다니엘의 열등한 혈통... 속물의 눈에 비친 가난한 화가집안의 모습이다. 

'누군가에 대한 질투는 대부분 그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난다. 이성적인 발언으로 포장된다(배상문, <비유의 발견>)'는 인간의 심리는 영화의 후반부, 두 집안이 처음으로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드러난다. 스티븐의 아내가 '내 남편도 옛날에는 색소폰을 참 잘 불었어요'라고 말한 후에야 선명하게 보이는 스티븐의 강렬한 질투심. 다니엘의 아들이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도 스티븐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색소폰을 연주하지 않아요'라는 슬픈 대답밖에 할 수 없다. 어쩌면 스티븐이 다니엘에게서 보았던 것은 과거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남자주인공 이야기를 해야겠다. 줄리가 첫눈에 반할 만큼 수려한 외모를 가진 브라이스는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비겁한 선택을 반복하여 줄리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다. 그러나 줄리가 지적한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며, 그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브라이스의 태도는 충분히 귀하고 멋지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므로. 별 것 아닌 장면에 괜히 눈물이 났다. 착하고 예쁜 영화 덕분에 주말 오전이 잠시 즐거웠다.  

2017 상반기 다이어리 명언 모음 by 명품추리닝

2017 다이어리에도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인상적인 명언을 차곡차곡 모았다. 다이어리 꾸미기반 회원들에게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기록한 어설픈 흔적들. 그런데 올해 7월은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이달의 명언을 고르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베짱이 클럽]의 리더가 된 후 드디어 진정한 베짱이로 거듭나는 모양이다. 그나마 다이어리는 어떻게든 알차게 보이도록 채워나가고 있으니 다행인가. 특히 영화 관람기록이 마음에 드는 7월. 



행복가성비가 높은 날 by 명품추리닝

주말에는 서점에서 일행들과 함께 신간을 둘러보고, 문구점에서 아기자기한 필기도구 쇼핑을 했다. '행복가성비'를 따진다면, 문구점 쇼핑 이상의 것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모두 단돈 몇 천원에 환한 웃음을 얻었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니 그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우리 너무 많이 시킨 것 아니야?'라는 말이 무색하게 모든 그릇이 깨끗이 비워졌다.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함께 티라미수 빙수를 먹으며 독서와 공부를 할 계획이었으나, 그보다는 다음에 먹고 싶은 음식, 놀러 가고 싶은 곳, 다이어리에 그릴 그림, 최근에 재밌게 본 웹툰 등을 서로 공유하는 일이 더 시급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또 신나게 놀았다. 한참 재미나게 수다를 떨다가 어느 순간 공부에 대한 의무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그제서야 숙연한 자세로 각자의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 오전에 <옥자>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일행들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입을 다물었다. 나라는 사람은 대체 언제쯤이나 성숙함이란 미덕을 갖추게 될까. 그러나 이런 진지한 고민도 진한 초코 아이스크림 한 스푼에 금세 날아가버렸고, 비워진 머리만큼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귀가했다.  

2017 상반기 다이어리 꾸미기반 종강파티 by 명품추리닝

2017년 6월의 마지막 날, 상반기 우수회원들과 함께 설빙에서 다이어리 꾸미기반 종강파티를 했다. 다꾸반 우수회원답게 모두들 빙수를 최대한 예쁜 각도에서 촬영하고, 마음껏 먹은 후,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며 다이어리에 빙수 그림을 그려넣었다. '오레오 초코몬스터'와 '베리 요거트'의 궁합이 꽤 잘 맞았는지 연신 '맛있다'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 명품추리닝 님은 언제부터 다꾸반 운영하셨어요? 저희는 몇 기 회원이에요?
- 음... 한 7기쯤 되겠네.
- 와, 저는 그럼 6, 7기 연속 회원이에요. 2년째 우수회원이고요! 열심히 꾸며서 하반기에도 꼭 우수회원 할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도 반드시 우수회원이 되겠노라는 비장한 각오가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모처럼 해맑은 웃음소리를 많이 들은 날이었다. 


예술과 여성 화자 by 명품추리닝

광복 후 한국전쟁을 겪어야 했던 시절에도 시대의 아픔을 드러낸 회화는 탄생했다. 이 작품들은 당시 겪은 가난 만큼 소박함, 단순함, 애절함을 품고 있다. 의아한 점은 작품에 그려진 피사체가 대부분 노인, 아동, 여성이라는 사실. 건장한 장년의 남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굴욕적인 시대를 살던 젊은 남자 화가는 캔버스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이러한 경향은 문학에서도 보이는데, 한용운도 <님의 침묵>에서 여성 화자를 내세워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다.  

박상옥, <한일>, 1954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 속에 감춰진 젊은 남자의 부끄러움은 어딘가 비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하다. (전쟁에 나간 이들에 비하면) 안정된 삶이 편안한 마음까지 보장해주진 않는 모양이다. 그들 역시 시대의 홍수 속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불안, 슬픔과 굴욕을 겪었으리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워 보인다. 

우쿨렐레 현을 교체하다 by 명품추리닝

- 명품추리닝 님은 실력이 금방 느시네요, 가을에는 콘서트 무대에 서도 되겠어요.

우쿨렐레 선생님의 칭찬에 [베짱이 클럽] 학습부진아의 마음은 금세 환해졌다. 그것이 열등생을 위한 선생님의 센스있는 배려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나의 마음은 이미 콘서트 무대에 올라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의 동아리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는 그룹레슨은 6월에 끝나지 않는가. 초조했다. 아직 배울 게 많은데. 그리고 곧 나는 다단계 판매원이 된 절박한 심정으로 [베짱이 클럽] 회원들에게 정성스레 설득의 메시지를 보냈다. 

- 벌써 우쿨렐레 레슨이 끝나니 너무 아쉬워요. 우리 사비로라도 더 배우는 게 어때요? 1/n 하면 레슨비도 저렴해요!

설마, 나는 다단계가 적성에 맞았던 걸까. 내 동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흔쾌히 지갑을 열어준 덕분에, 나는 가을까지 이들과 계속 우쿨렐레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코드를 잡는 왼손 검지손가락 끝은 아직도 심하게 아팠지만 점차 굳은 살도 박히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손가락이 아픈데 매일 연습을 해야 하다니, 기타나 우쿨렐레 연주자들은 전부 마조히스트일 거라고, 제법 근거있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이 믿음은 선생님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설 수준급 동호회를 소개받기 전까지 굳어져 있었다.

- 명품추리닝 님 우쿨렐레는 아퀼라 현이네요. 이 현은 잡을 때 꽤 아플텐데. 

이 동호회 최고 실력자인 회장님이 내 고통의 원인을 알려주셨다. 현이 굵고 거칠다고. 좀 더 가늘고 부드러운 줄로 교체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유레카! 그래서 주말에는 회장님과 현악기 전문점에 들러 장인의 손길을 받았다. 우쿨렐레 브릿지를 조금 깎아낸 후, 이탈리아산 아퀼라(Aquila)현을 일본산 오르카스(Orcas)로 갈아끼우니 좀 더 가늘고 부드러운 그립감이 느껴졌다. 악기의 음색도 더 가볍고 경쾌해져서 마치 우쿨렐레를 새로 구입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주제넘은 욕심에 예쁜 소리를 내려고 무리한 힘을 주어서 계속 상처가 났나보다. 그래도 이젠 견딜 만한 고통이 되었다. 손가락이 아파서 연습을 못하겠다는 핑계도 사라졌으니, 매일 꾸준히 예쁜 소리를 만들어가야겠다.  


[도서] 나는 언제나 옳다(The grown-up) by 명품추리닝

나는 언제나 옳다 - 10점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푸른숲

열여섯 살 되던 해에는 엄마와 얼룩과 텔레비전에서 벗어나(물론 고등학교에서도) 스스로 내 길을 개척했다. 매일 아침 밖으로 나가 여섯 시간 동안 구걸을 했다. 누가 접근할 만한 사람인지, 얼마나 길게 말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절대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순수한 거래였다.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p.11

사람들이 흔히 주고받는 질문을 나도 받을 때가 있다. "무슨 일 하세요?" 그럼 이렇게 대답해준다. "고객 서비스업에 종사해요." 사실이니까. 나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웃게 해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솔직한가? 하지만 사실이다. 사서가 되어도 좋겠지만 도서관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책이라는 건 일시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거시기는 영원하다. p.15
<나는 언제나 옳다>의 '나'는 불우한 가정사, 억척스런 생활력, 재빠른 눈치를 가진 1인칭 화자라는 점에서 영화 <핑거스미스>의 주인공 '수 트린더'와 (혹은 영화 <아가씨>의 '숙희'와) 흡사하다. 얄팍한 심리전술로 타인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진 것도. 이 순진과 타락을 오고가는 '나'와 저자의 영리한 전개방식이 맞물려, 소설은 적절한 긴장과 해학을 지닌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든 아니든, 나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믿기로 선택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속여서 수많은 일을 믿도록 했던 나다. 그런 나에게도 이번 일은 그야말로 생에 최고의 업적이 될 참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나 스스로 믿도록 만드는 것! 옳진 않더라도 나름 합리적인 일 아닌가. p.86~87

하지만 참 너무하지 않은가. 이들은 도심에 큰 저택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남편은 아내를 때리지도 않을 뿐아니라 아이들 키우는 것도 도와주며,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늘 북 클럽에 다니며 책을 읽는다. 그런데도 슬프다니. 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난 슬퍼요." 슬프다는 건 대개 시간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p.21
작은 원룸에 월세를 내고, 자상한 (또는 웬수 같은) 남편은 없고, 일 때문에 지쳐 북클럽에 다니지 않는 나도 곧잘 슬픔을 느끼는데. 아무래도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 남아도는 모양이다. 며칠 전 새로 머리맡에 둔 큐브 스탠드의 성능도 확인할 겸 새벽 1시에 수면제처럼 열어본 소설을 결국 그 자리에서 완독했으니까. 이제 또 다른 수면제를 찾아봐야 하겠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by 명품추리닝


주말 집회 by 명품추리닝

서울에서 집회가 있어 왕복 8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바라던 대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현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집무수행도 보았으나, 전 정권에 대항한 내 동료이자 멘토인 사람들은 여전히 해직상태였으니까. 도심 거리 차량이 통제되니 운전자 몇몇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을 하며 지나갔다. 얼굴과 팔에 선크림을 가득 바른 다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비닐방석을 깔고 앉았다. 

다행히 집회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이전 집회에서 들었던 '박근혜는 하야하라'와 같은 난폭한 플래카드 메시지는 '우리 이니 결단하라'처럼 친근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 가운데 이전 집회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무지개색 깃발을 발견했다. 그렇다,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는 성소수자일 것이므로 응당 있어야 할 깃발이었다.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이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듯했다. 

공연장과 음식점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은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대생들, 악기 케이스를 멘 연주자들, 신혼여행에서 이제 막 돌아온 듯 커플셔츠를 입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종종 투쟁 구호 사이를 가로질렀다.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봄이 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왠지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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